국내 사상 초유의 '바둑명품경매'에서 이창호가 8년전 응씨배서 대국했던 바둑판이 최고가로 낙찰됐다.
20일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열린 제1회 '바둑명품경매'는 2000년 8월 강원도 강릉 현대호텔에서 열린 제4회 응씨배 준결승전 이창호와 위빈의 대국 때 사용됐던 바둑판을 최고 낙찰가로 대접했다. 360만원.
이 바둑판은 '응씨룰'을 따르는 대회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특별 제작된 것으로 흑돌 181개, 백돌 180개가 딱 맞게 들어가는 전용 바둑알통과 탁자가 한 세트로 구성돼 있다. 100만원으로 시작했던 이 바둑판의 호가는 지난 1~20일까지 실시된 인터넷 경매를 통해 330만원까지 올라있던 상태였다.
그러다 이 날 현장 경매에서 다시 가격이 올라, 360만원을 제시한 응찰자에게 최종 낙찰됐다. 이창호는 이 바둑판으로 둔 준결승전에서 위빈을 꺾었고 다시 결승전에서 창하오를 3대1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었다.
한편 국내 톱 랭커 기사들이 서명한 2치 두께의 신비자 바둑판은 20만원부터 경매가 시작됐다. 올초 초단으로는 사상 최초로 세계 대회 결승에 올라 바둑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괴물 초단' 한상훈의 사인판이 인터넷 응찰자에게 25만원에 낙찰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나머지는 22만원(이창호, 박영훈, 최철한, 박정상, 강동윤, 백홍석, 목진석)과 21만원(조한승, 원성진)에 팔렸다. 랭킹 1위 이세돌은 이번 경매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제2기 지지옥션배 '여류 대 시니어 연승대항전'에 출전한 남녀 기사들이 직접 사인한 바둑알통(신비자)과 바둑알(봉황특호) 세트는 대부분 21~22만원에 낙찰됐다. 최종 결승국을 치른 '박지은 - 양재호 세트'가 30만원으로 인터넷 최고가, '조훈현 - 조혜연 특별 대국 세트'는 31만원으로 현장 최고가를 기록했다.
현장에서 '조훈현 - 조혜연 세트'를 낙찰 받은 강성신씨는 자신을 고려대 출신으로 소개, "바둑도 물론 좋아하지만 학교 후배를 아끼는 마음에서, 모교에 재학 중인 조혜연 7단의 바둑알통을 처음부터 찜해 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시작가 50만원부터 출발한 '정관장 스타' 이민진 5단과의 '반상 데이트'(지도 대국 및 오찬)는 현장에서 62만원에 낙찰됐으나 '올인의 주인공' 차민수 4단과의 지도 대국은 남자 기사여서인지 응찰자가 없어 아쉽게 유찰됐다.
또 양상국 9단의 서예 작품이 30만원, 한철균 7단이 기증한 상산사호 동판화가 21만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고, 루이나이웨이 9단의 친필 서예 부채 2점이 16만원과 14만원에 각각 낙찰되는 등 54개 경매품 가운데 40여점이 팔렸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매 물품이 인터넷 경매에서 제시된 입찰가를 넘어서지 못했다. 국내에서 처음 실시된 '바둑 명품 경매'여서 바둑 애호가들의 인식이 아직 부족한데다 대외적으로도 미처 홍보가 덜 된 탓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장 경매 참여자는 30여명에 불과했다.
또 판매된 물품들도 대부분 100만원 이하의 소품 위주였던 탓도 큰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매에서 거래된 물품 가격 총액은 1,240만원에 불과,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은근히 기대를 모았던 '주전 선수'의 활약도 부진했다.
현저히 높은 시작가를 제시해 경매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흑백 여의주를 물고 있는 쌍룡 조각 바둑판'(시작가 1억원)과 '현목 목상감 바둑판' 5점(시작가 5,500~1억2,000만원)은 너무 고가여서인지 결국 응찰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
특히 목상감 바둑판을 제작한 목공예가 김종환 씨의 어깨는 더욱 축 늘어졌다. 이번 경매 행사를 위해 호주에서 직접 바둑판을 가지고 온 김씨는 상세한 작품 설명까지 곁들였지만 아쉽게도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번 '바둑명품경매'는 '여류 대 시니어 연승대항전'을 후원한 부동산경매전문회사 지지옥션(대표 강명주)이 한국기원 후원으로 국내에서 처음 실시한 것으로 수익금은 전액 '바둑 꿈나무를 위한 기전' 창설에 사용된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0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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