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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베이징에서 본 서울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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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베이징에서 본 서울의 희망

입력
2008.08.2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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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의 눈과 귀는 베이징에 모아져 있는 듯 하다. "짜요 차이나"의 함성과 함께 경기장 곳곳마다 중국찬가가 진동한다. 중국은 개회식에서 제국주의, 민족주의 색채가 짙은 중화(中華)의 우월성과 자신감을 보여준 바 있다. 서구문명을 놀라게 할 만한 공자사상, 곧 화위귀(和爲貴)나 화해(和諧)의 문화코드를 어떻게 실천할지 지켜볼 일이다.

연일 감동드라마를 연출하는 태극전사들의 투혼은 볼수록 아름답다. 수영의 박태환, 역도의 장미란, 배드민턴 남매콤비의 금빛 분전 등 세계의 시상대에 우뚝 선 모든 메달리스트들이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유도, 레슬링, 복싱, 태권도에 치우쳐 있던 메달밭이 언제 이렇게 넓어졌는지, 세계의 경쟁마당에서 전혀 주눅들지 않고 싸우는 젊은이들에게서 내일의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서울올림픽의 해 1988년 태생의 대표선수가 배드민턴 금메달 이용대를 포함해 17명, 그 이후 태생인 10대 선수가 박태환을 비롯하여 8명이나 된다. 그만큼 한국스포츠는 내일을 더 기대할 만하다는 이야기다. 1988년생 왕기춘도 다음 런던 올림픽을 기약할 수 있다.

88서울의 영광은 엄청난 축복이었다. 중국이 2000년 대회 유치에 실패한 뒤 절치부심, 국가역량을 총동원해 베이징에서 '100년의 꿈'을 이룬 데 비해 서울은 기적같은 '바덴바덴의 영광'으로 단숨에 뜻을 이루었다. 개발도상국, 분단국의 핸디캡을 뛰어넘은 것은 물론, 테러도 보이콧도 없고, 비와 태풍마저 없는 완벽한 무사고대회였다.

성화 봉송과정에서부터 걱정 투성이였던 베이징 올림픽을 지켜보며 세계 유력 언론들이 "88서울에서 배우라"고 충고한 것만 보아도 두 대회의 분위기를 견주어 볼 수 있다. 서울올림픽 20주년(9월 17일)을 맞으며 베이징의 성과를 견주고 우리의 프라이드를 키우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한국경제에 샌드위치 위기론이 제기되듯, 두 강국 사이의 한국스포츠 역시 협공을 받는 입장이다. 겨울올림픽 유치에서도 중국 일본의 견제대상이 되었다. 동북공정을 밀어붙이는 중국의 경우 우리를 의식해 백두산(중국 창바이산) 동계올림픽 프로젝트를 들고 나왔으며 2002 한일월드컵축구 공동개최에서 한국의 기세에 빛을 잃은 일본의 경우 우리의 행복은 곧 그들의 불행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일본은 도쿄 올림픽의 유산을 훌륭하게 살려내 경제대국의 꿈을 실현했다. 그 뒤 삿포로와 나가노, 두 차례 동계올림픽을 통해 친절한 시민사회의 국가이미지를 확실하게 만들어 놓았다. 우리는 남북분단, 공산블록 외교부재의 악조건 에서도 두 조각났던 올림픽을 하나로 봉합하며 동서화합의 이정표를 만들고도 민주화에 이은 이념갈등과 사회혼란에 발목이 잡혀 국운융성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월드컵 성공신화로 만들어진 브랜드 업그레이드의 효과도 이어가지 못했다.

중국은 어떠할까. 경제력 군사력에서 세계강국의 입지를 다진 그들은 미국을 압도하는 베이징 올림픽 메달레이스에서처럼 더 기세를 올릴 터이다. 베이징의 워터큐브 수영장에서 만난 한 중국체육인은 한국 '마린보이'의 출현을 축하하면서 "우리는 올림픽 개최나 종합우승으로 결코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야심에 찬 속내를 드러내보였다.

이제 한국은 어디로 갈까. 스무 살 올림픽동이의 성장이 기쁜 일이지만 이제라도 서울올림픽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던 응집력과 시민정신을 다시 살렸으면 한다.

이태영 스포츠포럼 대표ㆍKOC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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