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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뚝심 김경문' 마침내 세계적 명장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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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뚝심 김경문' 마침내 세계적 명장이 되다

입력
2008.08.2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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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팬들이라면 OB(현 두산)가 우승을 차지하던 지난 82년 한국시리즈의 마지막 장면을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당시 '불사조' 박철순과 마운드에서 뜨거운 포옹을 하며 뒷모습만 보였던 포수가 바로 김경문(50) 대표팀 감독이다. 선수 시절 김 감독은 프로 원년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지만 이후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94년 삼성에서 코치로 지도자의 길에 접어든 김 감독은 2001년 친정 팀인 두산 배터리 코치로 2번째 우승을 경험했다. 2003년 10월 김인식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이듬해 곧바로 팀을 4강에 올려 놓으며 리더십을 인정 받았다.

그러나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5년 2위로 한국시리즈에 올라갔지만 삼성에 4전 전패로 무릎을 꿇었고,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첫 2연승을 거두고도 4연패를 당하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2차례 모두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자 주위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장기 레이스를 벌이는 정규 시즌에서는 김 감독 특유의 '뚝심 야구'가 빛을 발하지만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 없는 단기전에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이번 대회 본선에서도 7전 전승을 거뒀지만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 이승엽과 한기주를 고집스럽게 기용하면서 구설에 올랐다. 또 한 점이 중요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강공작전만 구사한다는 눈총을 받았다.

그러나 김 감독의 굳은 믿음은 결국 우승으로 돌아왔다. 김 감독이 "타선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이승엽은 일본과의 4강전,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잇따라 결승 투런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김 감독의 기대에 화답했다. 또 이제 20대 초반의 김광현(20)과 류현진(21)을 중용하는 배짱으로 막강한 일본과 쿠바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승부처에서 절묘하게 성공한 대타 작전도 돋보였다.

지난해부터 내내 김 감독과 앙숙관계를 유지했던 스승 김성근 SK 감독조차 지난 22일 일본전 승리 이후 "완벽한 용병술의 승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한국의 사상 첫 올림픽 우승을 이끌며 김응용-김인식-김성근의 뒤를 잇는 명실상부한 명장의 반열에 올라섰다. 또 자신의 철학인 '믿음의 야구'와 '뚝심의 야구'가 국제무대에서 인정을 받은 것도 김 감독에게는 큰 소득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우승의 감격에만 젖어 있을 순 없다. 김 감독은 한국에 돌아가는 대로 26일부터 소속 팀을 이끌고 후반기 레이스를 벌여야 한다. 두산은 올림픽 브레이크에 들어가기 전 8연패를 당하며 2위 자리까지 위협 받는 처지에 몰렸다.

대회 전 벌거벗은 채로 사람들 앞에서 인터뷰를 하는 꿈을 꿨다는 김 감독은 "정말 금메달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돌아가면 우선 소속팀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 감독이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 선수-코치-감독으로 모두 챔피언반지를 끼는 첫 번째 역사적 주인공이 된다.

베이징=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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