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헐값 매각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있는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이 '현대차 그룹 계열사 채무탕감 로비 의혹'이라는 별도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변 전 국장은 이 사건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던 터라 상고심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윤재윤)는 22일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로부터 2002년께 현대차 그룹 계열사에 대한 채무탕감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변 전 국장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1억5,0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와 연원영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 금융계 인사 4명 및 뇌물을 건넨 김 전 대표도 징역 3∼5년에 추징금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사건의 개요는 간단하다. 김 전 대표가 현대차로부터 계열사인 아주금속공업과 ㈜위아의 채무탕감 로비 명목으로 41억여원을 받아 6억원을 용역 대가로 챙긴 뒤 박 전 부총재에게 13억여원, 변 전 국장에게 1억5,000만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로비를 했다는 김 전 대표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였기 때문에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1억여원의 현금을 전달하는 데 사용했다는 가방을 실제 들 수 있는지 현장검증까지 했다.
결국 1심 재판부는 "김씨가 (로비 목적으로) 과천 정부청사를 출입했다는 기록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변씨와 만났다는 일식집과 술집을 특정하지 못했다"며 변 전 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현대차 측의 계열사 채무 탕감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음에도 김씨가 개입한 뒤 의도한 대로 상당한 채무탕감이 이뤄졌다"며 김 전 대표와 박 전 부총재에게는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변 전 국장에 대한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김씨가 상당한 기억력으로 정확하게 진술해왔고, 대개 세부사항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해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또 "변씨는 2001년 12월과 2002년 4월에 김씨를 만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변씨의 PDA 일정에 남은 기록이 완전치 않아 믿기 어렵고 무엇보다 김씨가 변씨를 모함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뇌물 액수와 방법 등이 유례 없이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이라 마지막 서류 한 장까지 놓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며 판단의 어려움을 시인했다.
이에 대해 변 전 국장은 "항소심에서 추가 증거조사가 전혀 없었는데도 원심 판결이 뒤집혔다는 것은 명백한 오판"이라며 상고의사를 분명히 했다.
변 전 국장은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으로 기소돼 1년 넘게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외환은행 사건에서는 변 전 국장에 대한 영장 발부를 두고 검찰과 법원이 심각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특히 변 전 국장 측은 두 사건에 대한 수사가 2006년 비슷한 시기에 시작됐다는 점에서 '표적 수사'라고 반발하고 있어 향후 재판결과가 주목된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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