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 컷(Jump Cut)'은 고정된 배경에 연기자의 동작만 시간을 뛰어넘어 점프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영화 편집기법이다. 복도 끝에 있던 귀신이 반대편 복도 끝으로 순식간에 다가와 보는 이를 놀래켰던 호러영화 <여고괴담> 의 복도 장면을 생각하면 쉽다. 여고괴담>
이 점프 컷을 전용해 한국 현대사의 제반 모순을 꼬집는 날카로운 전시가 열리고 있으니, 서울 화동 아트선재센터에서 22일 시작된 임민욱 개인전 '점프 컷'이다.
점프는 외적으로는 빠른 목표 달성이라는 속도성과 수월성을 담보하지만, 임민욱이 주목하는 것은 과정이 생략되면서 발생하는 희생과 상실이다.
인조모피에 경제성장 신화의 상징적 엠블럼들을 새겨넣은 작업, 비오는 날 권위와 부의 상징이었던 그랜저 지붕 위에 안료를 뿌리고 시대변화에 따라 사라질 단어들을 붙인 채 자유로를 달리는 퍼포먼스, 빗물이 고인 웅덩이에 다양한 필기도구들을 한 뭉치로 묶어 '뉴 홈타운'을 세우는 행위, 양팔에 군인들의 위장 무늬를 그린 후 하나씩 지워가는 과정을 통해 끝내 사라지지 않는 상흔을 보여주는 작업….
영상, 사진, 회화,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이 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개발신화에 매몰된 한국사회의 불연속성을 점프 컷으로 편집한다.
작가가 새로이 주목하는 주제는 단일민족사회에서 다문화사회로 나아가는 변화의 길목. 그 자신 외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혼혈 딸을 두고 있는 작가는 '2008 다문화축제'의 하루를 다큐멘터리 영상작업('스무고개-장마 도깨비 여울 건너가는 소리')으로 만들어 스무고개 퀴즈의 형식으로 제시한다.
두 개의 채널이 동시에 움직이는 화면은 동시의 이면성과 함께 반가운 낯설음을 자아내는데, 그것은 이주민에 대한 한국 토착민들의 감수성과 일치하는 형식이기도 하다. 10월12일까지. (02)739-7067
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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