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가 넘는 거인을 이길 수 없다." "한국이 금메달을 3개나 따서 심판 판정이 불리할 거다."
차동민(22ㆍ한국체대)은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이 새카맣게 탔다. 그러나 곰곰이 따지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차동민(189㎝)이 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201㎝).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문대성에게 금메달을 뺏긴 니콜라이디스는 차동민보다 무려 12㎝나 크다.
차동민이 신장의 열세를 딛고 23일 베이징 과학기술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태권도 남자 80㎏ 이상급 결승에서 난적 니콜라이디스를 5-4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차동민의 금메달로 한국은 올림픽에 출전한 4체급을 모두 석권했고, 2000시드니올림픽부터 남자 헤비급 3연패에 성공했다. 그러나 니콜라이디스는 아테네에 이어 베이징에서도 한국의 벽에 막혀 은메달에 그쳤다.
니콜라이디스는 1회 연거푸 몸통 공격을 성공시켜 2-0으로 앞섰다. 그러나 차동민은 당황하지 않았다. 1-2로 추격한 차동민은 자신보다 훨씬 큰 니콜라이디스가 공격하는 순간 오른발로 얼굴을 내려찍었다. 2점짜리 얼굴 공격으로 경기는 3-2로 역전됐다.
4-4 동점이던 경기 종료 18초 전. 니콜라이디스는 회심의 오른발 돌려차기를 시도했다. 차동민은 왼손으로 발차기를 막아내면서 오른발로 니콜라이디스의 옆구리 돌려차기로 1점을 보탰다. 니콜라이디스는 "마지막 점수를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경기장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은 차동민의 오른발이 니콜라이디스의 옆구리를 강타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차동민은 금메달이 확정되자 그동안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관중석에 큰절을 올렸다. 차동민은 "금메달을 따면 기쁨의 눈물을 흘리려 했는데 눈물이 안 나더라"고 말했다. 금메달을 딴 이튿날인 24일 자신의 22번째 생일을 맞은 차동민은 "생일 파티는 한국에 돌아가서 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한편 한국계 입양아 니나 솔하임(노르웨이)은 여자 67㎏급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니나의 한국 이름은 조미선. 니나는 "한국 분이 많이 응원해줘서 힘이 됐다"면서 "나도 한국사람이다. 한국에 계신 친어머니에게 안부를 전해달라"며 미소를 지었다.
베이징=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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