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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죽음과 죽어감' 피할 수 없는 죽음… 그 앞에 선 인간의 심리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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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죽음과 죽어감' 피할 수 없는 죽음… 그 앞에 선 인간의 심리 변화

입력
2008.08.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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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ㆍ이진 옮김/이레 발행ㆍ440쪽ㆍ1만8,000원.

현대사회는 죽음을 금기시한다. 의료 체계가 발달하면서 죽음은 집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병원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죽음을 볼 기회가 거의 없다. 의료기술의 발달은 마치 죽음을 정복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현대인들은 옛날 조상들보다 죽음에 대해 잘 모르고 죽음을 더 두려워하게 되었다.

정신의학자이며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1926~2004)는 현대 죽음학의 선구적 저작인 이 책에서 죽음을 앞두고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들을 조명했다. 저자는 죽음을 앞둔 말기환자 500여명을 인터뷰해 변화해가는 심리상태를 자세히 관찰했다.

불치병으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5단계의 과정을 거친다고 저자는 정리했다. 죽을 병에 걸렸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될 때 환자들은 충격을 받게 되며 얼마 후 충격에서 벗어나면 "그럴 리가 없어" 하며 자신의 상황을 부정한다. 그 다음은 "왜 하필이면 나인가"하며 신 등에 대한 분노와 광기, 원한을 표출한다. 환자들의 분노는 예측할 수 없는 장면에서 표출되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적절한 존중과 이해, 관심을 받게 되면 분풀이를 멈추게 된다.

세 번째는 피할 수 없는 일을 조금 더 미루고 싶어하는 단계다. 자신이 과거에 한 선한 행위를 거론하면서 "조금만 더 살게 해달라"고 빌기도 하고, 스스로 죽을 시한을 정하기도 하는 협상 단계다. 그러다 더 이상 자신의 병을 부정할 수 없게 되면 무감각, 냉정, 분노, 엄청난 상실감을 느끼는 우울의 단계를 거친다. 사랑하는 모든 것을 잃어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환자는 더 이상 자신의 상황을 웃어넘길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죽음을 수용하는 단계에 이른다. 이제 영원히 눈을 감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면 오히려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된다. 그는 혼자 있어 싶어하고, 주변에 대한 관심도 잃어간다.

사람들이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은 "죽음이란 결코 나 자신에게 만큼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 절대적인 믿음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했다. 사람은 무의식 속에서 자신의 불멸을 믿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1969년 미국에서 발간된 이 책(원제 ON DEATH AND DYING)을 시작으로 20여권의 저서를 발표, 죽음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로 꼽히게 됐다.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으며 한 인간이 혼자 해결할 수 밖에 없으므로 보다 침착하고 두려움 없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저자의 조언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된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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