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ㆍ4ㆍ7’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 항공기는 금세라도 창공을 가로질러 고공 비행할 듯했다. 첫 기업인 출신 대통령으로서 자신감도 충만했고, “경제를 살려달라”는 국민들의 기대도 그만큼 강렬했다.
그러나 6개월이 흐르도록 ‘7ㆍ4ㆍ7’호는 아직도 활주로에 멈춰 서 있다. 거센 비바람 등 악천후가 발목을 잡은 탓이었지만, 조종사의 미숙과 기체 결함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제 다시 이륙을 준비 중이다. 궤도를 바꾸고, 결함도 상당 부분 수리했다.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기상조건은 여전히 좋지 않고, 한 번 식어버린 엔진의 재가열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조급증을 버리고 긴 안목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외 악재에 발목
시작부터 시련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충만한 자신감은 미국산 쇠고기의 빗장을 완전히 풀어주는 악수로 이어졌다. “광우병 걸린 쇠고기를 먹을 순 없다”는 범 국민적 반발은 도심의 거대한 촛불로 타올랐고, 이 대통령의 리더십은 시커멓게 그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예상치 못했던 대외 악재가 먹구름을 드리웠다. 한때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은 고유가 파고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헤쳐가기엔 너무 높고 험했다. 기침만 해도 우리나라를 독감으로 몰아 넣는다는 미국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허덕였다. 추락하는 경기, 그리고 치솟는 물가에 신음하는 서민 경제 앞에서 이명박 정부는 경제 살리기 드라이브에 시동조차 걸 수 없었다.
초기의 우왕좌왕 정책도 경제 불안을 부추겼다. 환율정책이 대표적. 처음에는 대외 불균형(경상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환율을 끌어 올리더니, 나중엔 물가를 잡겠다며 저환율 정책으로 돌변하는 등 냉온탕을 오갔다. 애써 올린 환율을 다시 내리는데 쏟아 부은 외환보유액만 족히 200억달러. 하지만 환율은 슬금슬금 다시 올라 어느새 달러 당 1,060원을 넘어섰다.
공수표된 경제 공약
대선 과정에서 내걸었던 주요 경제 공약들은 줄줄이 폐기되거나, 좌초될 위기다. 연 7% 성장을 이루겠다던 야심찬 목표는 간신히 4%대를 넘어서는 성장률 앞에 무릎을 꿇었고, ‘제2의 청계천 신화’를 쓰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실효성과 부작용 공방 속에 사실상 폐기됐다.
공기업 개혁도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1~3차에 걸쳐 공기업 개혁 방안을 차례로 발표하고 있지만, 이해집단의 반발에 부딪쳐 결과물은 국민들의 눈 높이에 한참 모자라 보인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깃발 아래 확실하게 뜯어고칠 것 같던 규제혁파작업은 추진력마저 잃는 분위기다. 투자와 고용으로 화답해야 할 재계는 뒷짐만 지고 있는 형국이다.
감세 공약도 원칙 없이 흔들리기는 마찬가지다. 여당은 중구난방 포퓰리즘적 감세잔치를 벌이겠다고 야단이더니 정작 감세 1순위로 내세웠던 법인세 인하는 “대기업과 부자들만을 위한다”는 반발 속에 결국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말았다.
향후 과제
전문가들은 눈에 보이는 성과에 대한 집착을 과감히 버릴 것을 주문한다.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경제도 당분간 힘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경제 체질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7ㆍ4ㆍ7’로 대표되는 단기 고도성장 전략을 버리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녹색(Green) 성장’을 제시한 것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김광두 서강대 교수는 “대외 여건이 어려울 때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면 경제에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며 “신성장 동력 육성 등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