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여름철 기상예보부터 '장마'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라진다.
기상청은 22일 "내년부터 장마가 끝나는 시점은 물론 시작 시점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엄원근 기후국장은 "한반도의 아열대 기후가 뚜렷해지면서 장마 기간에도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 허다하고, 장마가 끝나도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 장마 기간 예보가 무의미해졌다"며 "장마 기간 예보 대신 여름철 강수 예보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기상청은 지난 6월 장마가 끝난 8월에 비가 더 많이 내린다는 이유로 올해부터 장마 종료 시점을 예보하지 않기로 했었다.
기상예보에서 장마가 공식 퇴출되는 것은 최근 10년간 한반도 기후 변화로 기존의 장마 패턴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통상 기상학적으로 장마는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한달 동안 장마전선(정체전선)이 한반도를 오르내리며 1~3일 주기로 꾸준히 비가 내리는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장마 시작후 소강 상태가 길게는 10일 가까이 이어지거나 폭염주의보까지 발령되는 경우가 잦았다. 올해도 남부지방의 경우 장마 초기에만 비가 왔을 뿐 강수량은 장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적었고, 제주의 경우 7월 한달간 5㎜안팎의 비만 몇차례 내리고 말았다.
또 최근 여름철 비는 장마전선 뿐만 아니라 저기압, 기층 불안정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10년간 장마 전성기인 7월보다 8월에 강수량이 많은 경우가 잦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국민들이 대체로 여름철에 장기간 내리는 비를 모두 장마라고 생각하는 현실에서 장마 기간 예보를 계속하게 되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같은 장마 영향권인 일본과 중국은 장마 시종 예보를 하지 않고 있으며, 일본은 사후 분석을 통해 장마의 시작일과 종료일을 최종 확정하기만 한다.
기상청은 학계의 '우기'(雨期) 개념 도입 요구에 대해 "검토 중이긴 하지만 7,8월에 비가 오지 않는 날도 많기 때문에 도입은 현재로선 무리"라고 밝혔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