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 3대 천왕'을 꿈꾸던 호시노 센이치(60) 감독의 야망이 한ㆍ일전 패배로 완전히 무너졌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반(反) 교징(巨人ㆍ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이르는 말)'의 상징으로 '열혈남아'로 추앙 받던 그였지만 올림픽 참패로 그 동안 쌓아왔던 명예는 한 순간에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특히 한국계로 알려진 호시노에게 한국전 연패는 더욱 뼈 아플 수 밖에 없다.
호시노에게는 이번 올림픽이 야구 인생의 정점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1968년 요미우리 자이언츠로부터 지명을 거부당하는 치욕을 맛 본 그는 주니치와 한신의 사령탑을 맡으면서 요미우리의 우승 야망을 꺾었던 주인공. 요미우리 출신이자 일본야구의 영웅으로 추앙 받던 나가시마 시게오(2004 아테네올림픽)와 왕정치(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가 맡았던 국가대표 감독의 지휘봉을 잡자 그는 "전승 우승을 하겠다"고 큰소리 쳤다. 올림픽 금메달로 나가시마와 왕정치의 뒤를 잇는 일본 야구 천왕에 오르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
하지만 올림픽 기간 동안 그가 보여준 모습은 야구 천왕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은 제대로 치지도 못하고 있는 타자를 4번에 계속 두고 있다니 대단하다","상대가 팔꿈치와 무릎을 내밀어 사구를 노린다면 가슴팍에 던지면 된다. 그런 게 한국의 수법"이라는 거장답지 않은 발언을 쏟아내며 실망을 안겼다.
그런 호시노 감독은 22일 한국과의 준결승에서 '제대로 치지도 못하는 4번 타자' 이승엽(요미우리)에게 결승 역전홈런을 얻어 맞았고, '실투만 하지 않으면 되는' 이대호(롯데)를 3연타석 볼넷으로 내보냈다. '슬라이더만 참으면 된다'고 깎아내렸던 김광현(SK)에게는 8이닝 2득점으로 꽁꽁 묶이면서 승리투수의 영예를 안겨줬다.
결국 '호시노 재팬'의 승리 공식은 온데 간데 사라졌고 "다음부터는 한국을 강한 팀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한국이 우리보다 약하다는 말을 하지 말아 달라"는 말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지 3ㆍ4위 결정전에서 이겨 메달이라도 갖고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전승 우승을 장담했던 호시노는 "일본으로 돌아오지 말라"는 일본 야구 팬들의 따가운 비판 속에 동메달로 면피라도 하고 싶은 신세가 돼 버린 것이다.
베이징=허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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