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 14일째인 22일 러시아가 철군 완료를 선언하면서 그루지야 사태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가 그루지야에서 철군했다고 해서 지역 정세가 예전 상태로 돌아갈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그루지야 사태의 이면에서 강대국간 세력 다툼이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23일 그루지야 사태의 본질을 러시아의 하드 파워(Hard Power)와 서구의 소프트 파워의 충돌이라고 분석했다. 그루지야 사태는 러시아가 군사력에 기반한 하드 파워로 복귀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며 이는 미국 등 서구의 환경, 문화에 기반한 소프트 파워와 맞서면서 국제사회에 긴장과 갈등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진단이다.
뉴스위크는 “그루지야 사태는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이 남오세티아를 먼저 공격하면서 촉발된 것처럼 보이지만 배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옛 소련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야망이 깔려 있다”며 “구 소련 연방이 해체되고 14개 국가가 잇따라 독립하는 것을 푸틴 총리는 굴욕으로 여겨왔다”고 보도했다. 그루지야는 푸틴 총리의 제국 부활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먹잇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푸틴 총리가 주도하는 러시아의 하드 파워가 그루지아 개입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AFP통신은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미 미사일 방어(MD) 기지를 제공한 폴란드, 구 소련 잔재 청산에 나서고 있는 발트해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이 푸틴 총리의 다음 목표가 될 것으로지목했다.
푸틴 총리가 구사하는 하드 파워 전략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뉴스위크는 “서로 돕는 윈윈(win-win) 전략이 전쟁으로 승부를 가리는 전쟁 대 전쟁 전략보다 득이 된다는 것을 국제 사회는 오랜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았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군사력으로 국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푸틴 총리는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그루지야에 개입한 것은 구 소련의 부활이나 영토 확장의 야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사카슈빌리 대통령의 학살을 중지하고 평화를 복원하기 위해 러시아는 개입한 것이며 이는 유엔 헌장이 규정하는 자위권의 원칙과도 완벽하게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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