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보면 너무 이른 행보일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 이후를 꿈꾸는 잠룡(潛龍)들의 행보가 요즘 심상치 않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지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본인들은 "정치적 계산으로 한 게 아니라 해야 할 말을 한 것뿐"이라지만, 치받으면서 크는 것은 이전부터 잠룡들의 성장 공식이었다.
차기 대권을 생각하는 김문수 경기지사는 최근 수도권 규제와 관련, 이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해 당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배은망덕한 행위" "균형발전은 공산당도 못한 것"등 수위 높은 발언을 잇따라 쏟아냈고, 당내에선 "벌써 대통령과 각을 세워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와 "징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뒤섞여 나왔다.
하지만 김 지사의 강성 발언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평균적 반응은 그리 나쁘지 않다. 얻는 게 적지 않다. 우선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부각시켰다. 여기에 "김 지사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는 사람"이란 평도 덤으로 얻었다. 무엇보다 수도권 민심을 대변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구축한 게 나쁘지 않다. 한 당직자는 "따지고 보면 이 대통령도 영남 집토끼에다 수도권 표심을 더해서 대통령이 된 게 아니냐"고 말했다.
치받기로는 사실 정몽준 최고위원이 원조격이다. 그는 최근 당 공식회의에서 청와대의 회전문, 보은 인사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신랄하게 비판, 주목받았다. 그뿐이 아니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해 "기준도, 내용도 하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고, 특별사면에 대해선 "법을 위반하는 기업인까지 도와줘야 하느냐"고 일갈했다. 그는 7ㆍ3전당대회 직후엔 최고위원 위상 강화를 주장하며 회의를 일주일간 보이콧하기도 했다.
치받으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잠룡들과 달리 박근혜 전 대표는 최근 정중동(靜中動)모드다. 가급적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나아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언사를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최근 측근들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정국 상황이 여권에 좋지않은 만큼 이전처럼 비주류 행보를 계속 해나가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침묵을 지키면서 눈에 띄지 않는 게 이 대통령을 돕는 길이란 생각도 하는 것 같다. 7월 부활된 당 최고중진 연석회의에 딱 한번 참석하고선 그 뒤로 발길을 끊은 것도 그런 의미로 해석된다. 이미 잠룡 단계를 넘어선 박 전 대표로선 조용히 내실을 다지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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