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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삶을 이끌어 가는 측정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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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삶을 이끌어 가는 측정과학

입력
2008.08.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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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프스의 세계 신기록, 박태환의 아시아 신기록 등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신기록 갱신이 이어졌다. 통산 1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펠프스는 접영 100 m 결승에서 밀로라드 카비치 선수와 박빙의 승부 끝에 0.01초 앞선 50초 58로 7번째 금메달을 땄다.

터치패드를 치는 순간에 따라 100분의 1초 차이로 승패가 좌우된다. 육상경기도 예외는 아니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여성을 가리는 2007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100 m 결승에서는 1, 2위가 100분의 1초까지 기록이 같아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했고, 결국 승부는 1,000분의 1초 대에서 갈렸다.

최근 스포츠는 첨단 과학의 경쟁이라고 할 만큼 선수에 대한 체계적 측정 및 분석 결과를 중시하고 있다. 훈련방식이나 경기력이 비슷할 경우 매우 미세한 차이로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스포츠에 과학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 중 첨단장비 개발에 공로가 가장 큰 분야는 바로 측정과학이다. 예를 들어 물의 저항을 측정하는 장비, 움직임의 동작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분석 장비들을 이용해 최적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측정과학은 스포츠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일상생활이나 상거래, 자연과학에서도 측정은 항상 이루어진다. 그런데 동일한 물체나 현상에 대해 여러 사람이 측정한 결과가 서로 다를 경우 어느 것이 옳은지 판단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그런 기준을 세우고 전파하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

측정표준은 주로 길이, 시간, 질량 등과 같은 물리량에 대해 수립되어 왔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사람들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측정표준의 영역과 그 응용분야가 다양해지고 있다. 음식이나 물에 포함된 유해 성분 등 삶과 직접 관련된 분야에서 측정표준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아주 짧은 시간을 정확히 측정해 제어하는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30만년에 1초가 틀릴까 말까 할 정도의 정밀한 원자시계'KRISS-1'을 개발해 시간의 정의를 실현하고 국제 원자시 생성에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1,000조 분의 1초로 엄청나게 짧은 시간인 펨토초를 활용해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한 초미세 공정장비를 개발해 펨토 과학기술분야의 산업화 길을 열었다.

세계적으로 국제무역기구(WTO)가 설립되면서 무역에서 기술적 장벽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가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데 미국이 자동차 배출가스에 포함된 유해성분 함량을 대폭 줄이도록 요구한다면 그에 맞도록 자동차를 생산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측정한 결과가 미국이 측정한 결과와 다를 경우 기껏 만든 자동차를 팔지 못하게 될 것이다.

측정결과를 믿을 수 있으려면 서로의 측정능력이 동등하다는 것이 확인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적으로 측정결과를 상호 인정하는 협약을 맺고 각 나라의 측정능력을 비교한 후 공개하고 있다. 이 협약에는 66개 나라와 여러 개의 국제기구가 참여하고 있어서 전 세계적 협약이 되었다. 이제는 국제무역과 일상생활에서, 이전에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던 수준의 정확한 측정을 요구하고 있다.

측정은 과학의 최전선이라 불린다. 과학의 영역에 들어오느냐 아니냐를 가름하는 경계는 측정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달려 있다. 과학의 연구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은 없다. 다만 방법이 과학적이냐 아니냐에 따라 그 관찰 결과를 믿을 수 있는지 여부가 판가름 난다. 그 첫 걸음이 측정인 것이다.

정광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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