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천 등 지음/문학동네 발행ㆍ424쪽ㆍ1만9,500원
풍경들은 기억된 이미지다. 그것들은 인문 지리학적 탐구 대상이기에 앞서 인간들의 살내음이다.
소설가, 시인, 인문학자 등 스무 명의 필자가 쓴 도시 이야기 20여편과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임재천씨가 찍은 187장의 도시 사진을 디자이너 김경범씨가 엮고 디자인했다. 서울에서 시작해 인천, 춘천을 거쳐 제주도까지 한반도를 아래로 훑으며 사람들이 깃들어 사는 곳의 풍경을 추스른다.
"광화문은 나의 첫번째 도시이자 내가 경험한 첫번째 근대의 장소다. 우리가 도시에서 잃어버린 것, 도시가 버린 것, 분실된 것…(중략)…나는 그것들을 모아 '소설'이라는 인공물로…(후략)"(20쪽) 소설가 김연수씨에게 도시는 그러므로 "텍스트"다.
인천 태생의 김중식 시인은 시인들의 "찬란한 극빈"과 막 출범한 프로 야구의 모순을 등치시키며 인천의 정체성을 되묻는다. 소설가 오정희씨는 30여년째 살고 있는 춘천에 관습적으로 붙는 '호반의 도시'라는 이미지 대신 "춘천의 햇볕과 바람과 물에 대해 이야기하던" 기형도 시인에 대한 기억을 더 소중히 여긴다.
또 정동주 시인에게 새겨진 통영은 왜군을 물리치는 이순신 장군의 마음과 <토지> 의 작가 박경리씨의 마음이 깃든 고향땅이다. 소설가 한승원씨는 "하늘은 천기를 아래로 쏟아 붓고, 산과 강과 농토는 지기를 위쪽으로 뿜어 올리"(317쪽)는 곳으로 나주를 묘사한다. 소설가 한창훈씨는 "변화가 늦는 것, 그래, 그게 항구의 미덕"이라며 말없이 반기는 여수 연등천변의 포장마차들을 호출한다. 토지>
한 면을 다 차지하는 사진들이 여느 사진집 뺨친다. 8년 동안 사라져 가는 풍경들을 기록해 온 작품들을 찍어 온 사진가의 작품들은 고해상도로 현장을 불러낸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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