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간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린 후에도 득점이 인정되는 슛을 버저비터(Buzzer beater)라 한다. 시간이 정해진 구기 종목 가운데 몇 초로 승부가 갈릴 수 있고, 그러면서도 공의 체공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경우가 많은 농구에서 쓰는 용어다. 실제로 버저비터가 인정되는 경기는 농구가 유일하다. 3점 슛 제도가 도입된 이후엔 2점 차이로 뒤지고 있더라도 마지막 순간 공격권을 확보하면 역전도 가능하다. 그보다 더 짜릿한 승리, 더 안타까운 패배는 없을 것이다. 버저가 울린 후 공중에 뜬 공을 바라보는 선수들은 이쪽저쪽 모두가 기도만 할 뿐이다.
■그런데 핸드볼에 웬 버저비터란 말인가. 핸드볼 규칙 9조 1항은 공이 골라인을 완전히 통과하기 전에 심판이나 계시원(버저 울리는 사람)이 경기를 중단하면 득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농구가 경기종료 기준을 선수의 '동작 그만' 개념으로 하는 데 반해, 핸드볼의 경우는 공의 위치를 기준으로 하고 있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여자핸드볼 준결승전에서 노르웨이팀이 마지막에 던진 공이 버저가 울리는 순간 분명히 골 라인 밖에 있었는데 득점으로 인정한 심판들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농구 심판 출신이었나 보다.
■공간 차원에서는 일종의 버저비터 개념이 적용되고 있다. 유도나 레슬링 같은 경기에서 정해진 선을 넘어가더라도 득점과 승리를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선 안에서 이미 기술이 걸린 상태였을 경우 몸이 밖으로 나갔더라도 효력이 있다. 다른 예로 축구에서는 드리블하는 선수의 몸이 선 밖으로 나가든 말든 공만 안에 있으면 상관없지만, 농구는 공이 선을 넘어가든 말든 선수의 발이 선 안에 있었으면 된다. 각 경기의 특성과 구장의 상황에 따라 합의된 규칙이 있기 때문에 모두가 승복하고 있다. 핸드볼에 버저비터가 없는 것도 그래서 당연한 일이다.
■안타깝고 억울하지만 핸드볼에는 또 다른 규칙이 있다. 심판의 재량권을 크게 인정하고, 비디오 판독을 허용하지 않는다. 마지막 순간 상대 공격자가 오버 스텝이었고 반칙 혐의가 짙었지만 심판의 재량권 속에 묻혀 버렸다. 예상했던 대로 국제핸드볼연맹(IHF)은 우리의 항의소청을 기각했다. 재량권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힘이다. 그 힘을 강하게 하는 것은 우리의 성원이고 관심이다. '우억순(우리 생애 최고로 억울한 순간)'이라는 말도 잊자. 오늘 헝가리와 3, 4위전을 한다. 금메달 같은 동메달을 기대하며 모두 다 힘을 내자.
정병진 논설위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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