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집권 연정의 양대 세력인 파키스탄인민당(PPP)과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가 해직 판사 복직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으면서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살폭탄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 사고로 적어도 60명이 사망해 파키스탄이 극도의 혼미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CNN 방송에 따르면 21일 오후 이슬라마바드 서쪽 35㎞ 지점에 위치한 마을인 와(Wah)의 군 무기 제조창 정문 등에서 2명의 남자가 잇따라 폭탄을 터뜨렸다. 이 사고로 60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고 부상자가 80여명이 발생했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경찰은 내다보고 있다.
이 방송은 목격자를 인용해 "2명의 남자가 정문 앞에서 폭탄을 터뜨렸다"며 "근무 교대 시간이어서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사람들로 사고 주변이 붐볐다"고 말했다.
테러가 발생한 와의 무기공장 단지에는 야포와 탱크, 대공포 등을 제조하는 20여개 업체가 입주해있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정부군의 부족지역 군사작전에 반발해 12일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했으며, 이후 군인이나 군 시설 등을 목표로 한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테러 발생 직후 파키스탄 정부는 전국에 테러 경계령을 발령했다.
폭발 사고가 발생한 21일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전 총리는 PPP가 22일까지 해임 판사의 복직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자신이 이끌고 있는 PML-N이 집권 연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보도했다.
그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반대하는 판사들을 해임해 나라의 근간을 흔들었다며 이들을 복직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샤리프 전 총리는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PPP 의장이 무샤라프 대통령 사퇴 후 24시간내 해임 판사들을 복직시키기로 약속했다"며 "우리 당이 대통령 탄핵을 지지했으니 이젠 그의 차례"라고 덧붙였다.
사디키 파루크 PML-N 대변인도 "연정의 미래는 판사들의 복직에 달렸다"며 "판사들이 복직되지 않으면 우리는 차라리 야당이 되겠다"고 당의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집권 연정의 양대 세력인 PPP와 PML-N이 갈등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샤리프측은 연정 출범후 자르다리가 판사 복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5월 PML-N 소속 장관들을 내각에서 철수시켰다. 다만 PPP에 대한 지지 입장은 유지했으며 최근 양당이 무샤라프 탄핵 추진에 합의한 뒤 장관들을 내각에 복귀시켰다. PML-N이 연정에서 탈퇴할 경우 PPP가 지금처럼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집권당으로 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PPP는 과거 무샤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카라치 지역 정당인 무타히다-카우미 운동'(MQM)과 접촉하는 등 샤리프측의 연정 탈퇴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PP와 PML-N은 2월 총선에서 의석수 1, 2위를 차지했으며 이후 집권 연정을 구성해 야당 지도자 유수프 갈라니를 총리로 지명키로 합의하는 등 파키스탄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다.
이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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