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태권도 68kg급 금메달이 걸린 결승전 마지막 3회전. 2-2의 팽팽한 접전이 펼쳐진 경기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리고 타이머가 5초,4초,3초를 차례로 표시하며 경기종료의 임박을 알리는 상황. 경기를 지켜보던 김세혁 한국대표팀 감독의 "차!"라는 외침과 동시에 손태진이 몸을 돌리며 오른 발을 힘차게 차 올렸다. 손태진의 발은 상대의 마크 로페스(미국)의 왼쪽 옆구리를 정확히 가격했고, 동시에 공격한 로페스의 발은 손태진의 손에 걸렸다. 종료 1초를 남기고 뽑아낸 짜릿한 결승점(3-2). 한국 선수단의 열 번째 금메달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태권전사 손태진(20ㆍ삼성에스원)과 임수정(22ㆍ경희대)이 금빛 돌려차기와 뒤차기를 성공시켰다. 태권도 남자 68㎏급과 여자 57㎏급 경기가 벌어진 21일 베이징 과학기술대학 체육관. 손태진과 임수정을 앞세운 태권도 종주국 한국은 하루에만 금메달 두 개를 수확하며 한국선수단의 목표인 금메달 10개를 채웠다.
원래 밴텀급이었던 손태진은 준결승에서 2007세계선수권대회 라이트급 우승자 숭위치(대만)를 꺾었다. 체급의 한계를 넘어선 손태진은 결승에서 '우승후보' 로페스를 만났다. 로페스는 앞다리를 들어 상대 허벅지를 가격하는 '커트발'의 달인. 로페스 남매는 커트발을 이용해 그 동안 한국 킬러의 명성을 얻었다.
손태진은 1회 로페스가 커트발을 내미는 순간 번개처럼 빠른 오른발 받아차기로 선취점을 뽑았다. 그러나 2-0으로 앞서던 2회 받아차기를 허용한 데 이어 경고 누적으로 감점을 받아 1-1 동점이 됐다. 서로 기회를 노릴 때는 선제공격보다 받아차기가 유리하다. 그러나 김세혁 감독은 이를 역이용하는 작전을 세웠고, 결국 손태진은 종료 1초전 선제공격으로 숨막히던 접전을 마무리했다.
임수정은 이에 앞서 터키의 아지제 탄리쿨루를 1-0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임수정도 경기 종료를 20초를 남기고 회심의 뒤차기를 성공시켰다. 한편 로페스 가문의 막내 다이애나는 준결승에서 탄리쿨루에 진 탓에 동메달에 그쳤다. 이로써 한국은 금메달 두 개를 차지해 은메달과 동메달을 하나씩 따낸 데 그친 미국과의 태권도 전쟁에서 완승을 거뒀다.
손태진은 "나 혼자의 힘으로 금메달을 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 동안 도와주신 선생님들과 선배님들이 고맙다"는 소감을 밝혔다. 임수정은 "한 번도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병석에 누운 할머니께 영광을 돌린다. 엄마가 제일 보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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