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인수전(戰)의 승패에는 가격 등 종합적인 인수조건도 작용하겠지만, '포스트 M&A(인수 후)'가 더 중요하다. 과연 어떤 기업이 기존 사업 역량에다 대우조선의 잠재력을 유기적으로 통합,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대우조선을 국가기간산업의 중추적 역할로 키울 수 있는 주인이 필요하다는 말이다.(산업은행 M&A실 관계자)"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2005년 그룹 출범 직후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기존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제시했다. 물론 비공개 극비 사항이었다. GS는 이에 따라 3년 전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전담팀을 비밀리에 구성했고, 국내ㆍ외 전문기관 및 전략 컨설팅업체 등과 치밀한 인수전략을 짜왔다. 드디어 지난해 말 허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 인수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GS는 그간 대한통운과 하이마트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가진 것에 비해 인수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써내 최고경영진의 인수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만 들어야 했다. 설령 인수에 성공해도 GS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힘든 탓에 왜 인수전에 뛰어들었는지 의아해 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에 대해 당시 GS는 입을 열지 않았다. 실은 대한통운 등에 대한 M&A 시도가 대우조선 인수전에 뛰어들기 위한 예행연습이었기 때문이다. GS 관계자는 "거함(巨艦)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장기전략과 단기 전술을 가다듬는 경험 쌓기 차원의 예비고사였던 셈"이라고 토로했다.
GS의 인수전략은 '대우조선과의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큰 기업'임을 내세우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계열사인 GS칼텍스ㆍGS건설 등과 자원개발 경쟁력을 강화해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확보가 가능해지고, 육상과 해양을 아우르는 종합 플랜트 업체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이 확보한 해양시추 및 생산설비 건조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원유 및 가스 시추생산장비 리스사업 등 해외자원 개발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장기 계획도 마련해놓고 있다.
여기에 GS칼텍스가 그 동안 닦아온 중동 산유국 및 석유 메이저와의 우호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할 경우 대우조선 매출의 70% 이상을 점하는 에너지 관련 선박 및 해양 플랜트 수주가 크게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에너지(GS칼텍스), 유통(GS리테일), 건설(GS건설) 등으로 짜여진 사업 포트폴리오를 글로벌 사업이 가능한 중공업 분야로 다각화하고, 에너지와 건설, 플랜트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로 신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GS의 또 다른 강점은 자금조달 능력이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GS홀딩스의 부채비율이 26% 수준으로 경쟁사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다. 이미 GS홀딩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바꿔 전환사채 발행 한도를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확대하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전문 투자자에게 발행할 수 있도록 배정 범위를 넓히는 등 실탄 확보에 주력해왔다.
홍순기 GS홀딩스 상무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이미 전략적ㆍ재무적 투자자들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을 만큼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면서 "조선해양 사업에 직ㆍ간접적으로 연관 있는 국내ㆍ외 투자자들과 손을 잡고 컨소시엄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우조선을 인수해 단기적으로 매출을 몇 십% 확대하겠다는 다른 경쟁 기업의 인수전략은 조선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것"이라며 "산업은행은 장기적 안목에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대우조선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성장시킬 수 있는 적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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