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문학회(회장 장사선 홍익대 교수)가 '한국문학과 일본'을 주제로 22, 23일 서울대에서 개최하는 국제학술대회는 일본의 차세대 한국 근현대문학 연구자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여기엔 일본 내 한국학 연구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조선학회의 두 문학 담당 이사인 하타노 세쓰코, 시라카와 유타카 교수와 한국문학 및 한일비교문학을 전공하는 소장ㆍ중견 학자 5명이 참가, 국내 국문학자 40여 명과 함께 그간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토론한다(명단 참조).
참석자 중 와다 도모미 도야마대 교수는 이광수 소설 연구로 서울대 박사 학위를 받은 학자로, 이번 행사 기획과 일본 학자 섭외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와다 교수로부터 일본 내 한국 근현대문학 연구 동향을 들었다.
- 일본 측 참가자 면면이 궁금하다.
"하타노, 시라카와 교수는 '한국 현대문학 연구 1세대'를 대표하는 오무라 마쓰오, 사에구사 도시카쓰 선생으로부터 조선학회 문학 담당 이사직을 물려받았다. 연구자 세대 교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참고로 조선학회는 역사학 분야의 일본조선사학회 정도를 빼면 한국학 전반의 주도권을 쥔 곳이다.
특히 현대문학 분야는 다른 학회가 없어 연구자 대부분이 조선학회 소속이다. 호테이 교수와 나는 근현대문학 전공으로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다른 세 교수는 한일비교문학 관련 논문을 꾸준히 발표하는 분들이다."
- 이번 참가자들은 '2세대 연구자'로 불린다. 1세대와 비교해 연구 환경이 어떻게 변했나.
"1세대 연구자들의 환경은 열악했다. 거의 독학해야 했고, 한국 유학 생활도 힘겨웠다. 월북 작가 해금 전에는 주요 작가의 경력 연구는커녕, 작품집 한 권도 입수하기 힘들었다. 그들은 투쟁하듯 자료를 모으며 한국 현대문학의 윤곽을 파악해갔다. 이런 고투 덕에 2세대 연구자들은 작품 위주의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
- 일본 내 한국 근현대문학 연구 현황이 궁금하다. 이와 비교해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관심은 어떤가.
"한국 근현대문학 연구자는 매우 적다. 이중 절반 이상은 비교문학이나 일본문학을 공부하러 일본에 유학 온 한국인들이다. 지속적으로 논문을 내는 일본인 연구자는 10명 안팎이고, 그나마 30대 이하는 전혀 없어 명맥이 위태롭다.
이런 상황이라 기초 자료 격인 개별 작가 연구서조차 얼마 없다. 고전문학 분야엔 중국문학을 전공하다가 한국의 한문에 관심 갖게 된 연구자가 몇 명 있다. 문학 연구자로서 한글 고전을 다루는 사람은 극소수다. 대신 언어학 전공자 중에선 한글 고전 연구자가 계속 나온다."
- 이번 학술대회의 일본 측 발표 논문은 모두 일제 식민지 시기를 다룬다. 당시 한국문학과 일본문학의 영향 관계를 따지는 것이 주요 연구 주제인가.
"일본인이 한국문학을 전공하러 한국에 유학 오면 일본어에 능통한 장점을 살려 한국 작가의 일본어 소설, 일본문학과의 영향 관계를 연구하라고 요구 받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젠 양국 문학을 단순 비교하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식민지 시대 한국 작가들은 일본어뿐 아니라 영어, 독일어 등에 능숙했고, 통념처럼 일본어 번역을 통해서만 서양 문화에 접근했던 게 아니다. 한국문학을 피식민지의 틀에 가두지 말고 당시 세계문학의 움직임 속에서 파악하는 것이 향후 과제다."
- 참석자 중 호테이 교수와 시라카와 교수가 한국문학 번역을 진행 중이라 들었다.
"호테이 교수 주도로 '한국근대문학선집'이 출간되고 있다. 하타노 교수가 번역한 이광수 <무정> 을 필두로, 강경애 <인간문제> 와 박태원 단편집이 나왔다. 곧이어 시라카와 교수가 번역을 마친 염상섭 <삼대> 와 채만식 <태평천하> 가 간행될 예정이다." 태평천하> 삼대> 인간문제> 무정>
- 1990년대 이후 한국 출판계엔 일본문학 붐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에서 한국문학 출간 상황은 어떤가.
"일본에 번역 출간된 한국 현대문학 작품은 상당히 많다. 민주화 운동이 뜨거웠던 7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대학생들은 김지하를 비롯한 당대 한국 작가들 작품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그 시절이 지나자 관심이 사라졌다.
애초 한국문학이 문학 자체가 아닌 운동으로서 읽힌 까닭이다. 이후에도 적지 않은 작품이 번역됐지만 금세 절판됐고, 이에 따라 출판이 저조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한류 이후 한국문학이 새로 주목 받으리란 전망 속에 여러 번역서가 나왔는데, 문학은 한류 팬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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