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해 7월 과테말라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유치전을 진두지휘한 러시아 소치에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권을 빼앗겼다.
평창의 잇단 유치 실패에 국제스포츠 외교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그 해 9월 박용성 IOC 위원이 자진 사퇴했고, 최근에는 한국의 유일한 IOC 위원인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마저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국내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위원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몰렸다.
이에 따라 한국은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처음으로 IOC 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대회를 치르고 있다. 이 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문대성이 예상을 깨고 IOC 선수위원에 선출돼 위축된 한국의 스포츠외교에 큰 힘을 보태게 됐다.
IOC 위원은 크게 4가지 방법으로 선출된다. 올림픽 운동에 헌신한 개인 중 IOC 총회에서 선출하는 위원 70명과 국제경기단체회장 중 15명, 각국 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 중 15명, 역대 올림픽 메달리스트 중에서 뽑는 선수위원 15명이다.
이중 선수위원은 IOC 선수분과위원회에 소속되지만 모든 권한은 일반 IOC위원과 똑같다. 동ㆍ하계 올림픽 개최지 및 올림픽 종목 결정 투표권 등을 갖는 등 국제 스포츠계에서 막강한 힘을 행사한다.
아시아 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된 문대성은 한국 태권도의 중량급 간판 스타였다. 구월중-리라공고-동아대를 졸업하고 1987년부터 선수 활동을 시작해 1996년 첫 국가대표가 됐다.
이후 99년 캐나다 세계선수권대회, 2002 부산아시안게임헤비급을 제패하며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190㎝의 훤칠한 키와 수려한 외모를 가진 문대성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결승에서는 전광석화 같은 왼발 뒤후리기 한방으로 개최국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를 KO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문대성이 선수위원 후보등록을 했을 때만 해도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태권도의 특성상 다른 후보들에 비해 국제적 인지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대성은 지난 20여일간 현장을 누비는 '밑바닥 선거운동'을 앞세워 개최국 중국의 육상영웅 류샹, 여자 테니스 스타 쥐스틴 에냉, 러시아의 수영황제 알렉산더 포포프 등 쟁쟁한 초특급 스타들을 제치고 최다득표를 기록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베이징=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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