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등 공기업 간부들이 인천 영종도 등 개발사업의 토지 감정평가 사업자 선정 대가로 수 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또 감정평가사들이 토공 요구대로 토지 가격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해 결과적으로 이 지역 아파트 분양가 상승을 부채질한 정황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일 감정평가법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아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토공의 경기 동북부사업본부장 황모(55)씨를 구속하고, 주공 임대사업계획처장 이모(52)씨 등 7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또 공기업 간부들에게 뇌물을 준 B감정평가법인 김모(65)씨 등 감정평가사 33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2006년 12월 A평가법인 소속 평가사 남모(43)씨로부터 인천 영종도 사업지구 토지 등에 대한 감정평가를 맡기는 대가로 4,000만원을 받는 등 올해 1월까지 평가사 20명으로부터 2억4,030만원을 받은 혐의다.
불구속 입건된 7명도 인천 서창2지구, 김포 양곡지구 등의 감정평가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2005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각각 100만~3,500만원을 받았다. 뇌물을 받은 8명 중 토공 간부는 3명이며, 주공과 인천도시개발공사 소속은 각각 3명과 2명이다.
이들 공기업 간부들은 사무실과 자택 아파트 주차장 등에서 감정평가 수수료의 15% 가량에 해당하는 금액을 1만원권 지폐로 받아 챙겼으나, 윗선에 대한 상납 등 뇌물의 구체적 사용처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규제완화 차원에서 2003년 토지보상법이 개정돼 토공 등이 직접 감정업체를 선정할 수 있게 된 뒤부터 공기업 직원과 평가업체 사이에 유착고리가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경찰은 토공 직원들이 토지 수용을 쉽게 하기 위해 평가사들에게 감정가액을 실제보다 부풀리도록 요청했다는 진술과 정황을 확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감정가액이 뻥튀기 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결과적으로 비싼 가격에 아파트를 구입하게 된 입주자들의 집단 소송 등 만만찮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평가사들이 토공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일부에서는 토공의 압력으로 매년 감정가액을 전년 대비 50~60%씩 상승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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