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당국이 지난달에 이어 환율 1,050원선 방어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20일 원ㆍ달러 환율이 한달 반 만에 다시 1,050원을 넘자 당국은 달러 매도개입을 단행, 마지노선을 지켜냈다. 지난달과는 개입 의지와 강도에서 차이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지만, 이런 식의 대응이 적절한 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날 환율은 오전 개장 직후 1,050원 선을 넘었다. 한달 반 여 만의 1,050원대 복귀(전고점 7월4일 1,050.4원)였다.
당국은 즉각 3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매도개입에 나섰다. 폐장 무렵에도 다시 한번 개입을 단행, ‘1,050원 불허 의지’를 시장에 재확인 시켰다. 결국 환율은 전날보다 0.1원 내린 1,049.3원으로 마감했다.
당국의 이날 개입은 ‘시장 경고용’으로 풀이된다. 전고점이 뚫릴 경우 시장이 이를 당국의 태도변화(환율상승 용인)로 오해할 수 있고, 이 경우 또다시 일방적 ‘쏠림 심리’가 발동해 환율이 걷잡을 수 없이 오를 수 있어 정부로선 사전에 쐐기를 박을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정부는 어쨌든 물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장개입의 불가피성을 밝혔다.
시장은 세계적인 달러 강세와 외환보유액 감소 부담 등으로 당국이 지난달처럼 강력한 개입을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이날처럼 1,050원에 방어막을 치는 정책에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대응을 계속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해서도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시장개입은 어디까지나 환율의 급격한 등락을 막는 선에 그쳐야지 특정 레벨을 고집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업은행 김성순 차장은 “글로벌 시장 여건이 바뀌지 않는 한 외환보유액으로 환율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다음 물가지표가 나올 때까지는 1,050원 선을 지키려는 노력을 할 것으로도 보이지만 지나친 개입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 국제 외환시장의 펀더멘털은 달러 강세다. 더구나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여전히 매도행진 중이다. 따라서 원화가 약세를 띠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김 차장은 “오늘도 역외 시장에서는 1,050원선 위에서 오히려 달러 매도세가 나왔다”며 “시장도 일방적 쏠림 상황은 아닌 만큼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연구원은 “올들어 물가상승의 최대 요인이었던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접어든 만큼 수개월 안에 물가 급등세는 꺾일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도 1,050원 선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 당분간 시장 흐름을 용인하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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