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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말년까지 안풀리네" 공들인 '친분외교' 헛수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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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말년까지 안풀리네" 공들인 '친분외교' 헛수고로

입력
2008.08.2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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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대치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 사임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 그루지야 사태를 유발한 미하일 사카슈빌리 대통령…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던 이들 정상이 잇따라 미국을 등지거나 미국과 사이가 나빠져 부시 대통령의 '친분 외교' 전략이 뒤틀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에 따르면 부시는 2001년 취임 후 오랫동안 다져온 외국 정상들과의 개인적 친분을 내세워 이를 외교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취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푸틴과의 관계다. 부시는 2001년 6월 푸틴과 첫 정상회담을 가진 뒤 지금까지 20여 차례나 만날 정도로 그에게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첫 만남에서 부시는 "푸틴의 눈을 보면 신뢰감이 생긴다"며 상대를 추켜세웠고 이후에는 자주 포옹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2001년 9ㆍ11 테러 직후 미국의 대 테러 전쟁을 러시아가 적극 지지하면서 부시의 친분 외교는 성과를 거두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으로 양국 관계가 소원해지더니, 그루지야 사태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2004년 존 케리 민주당 대선후보의 외교정책 고문이었던 랜드 비어스는 "부시의 대 러시아 외교정책은 푸틴과의 첫 만남에서 결정됐다"고 진단했다. 비어스는 "부시 행정부가 외국 정상과의 개인적 교분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방대해진 지정학적 문제를 등한시했다"고 강조했다.

무샤라프가 사임하면서 부시의 모순된 외교 정책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부시는 쿠데타로 집권해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무샤라프 정권을 묵인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핵심 파트너로서 파키스탄의 도움이 지속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에 무샤라프가 자신의 정책을 반대하는 법관 60명을 해임시킬 때도 부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부시는 뒤늦게 파키스탄의 새 정권이 대 테러 전쟁에 협조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무샤라프 지지정책을 철회했다. CSM은 "미국이 지난해 법관 해임 때부터 제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며 파키스탄 내 반미여론 확산은 예견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카슈빌리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시는 구 소련에서 독립한 후 노골적인 친미노선을 걸어 온 사카슈빌리를 적극 환영했다. 사카슈빌리가 친미의 징표로 이라크에 병력 2,000명을 파견하자 부시는 사카슈빌리의 행동에 거의 맹목적인 지지를 보냈다. 결국 사카슈빌리와의 친분에 매몰돼 부시는 그루지야의 남오세티아 공격을 통제하지 못했고, 그 결과 미국과 러시아 관계까지 냉각됐다는 것이 국제문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부시와 친분이 있던 아시아 지도자 역시 사임하거나 지지율 추락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친미정책을 고수하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사임했고 존 하워드 전 호주 총리도 부시의 대 테러 전쟁을 적극 지지했다가 역풍을 맞고 지난해 총선에서 패배했다. 미국의 경제전문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부시의 서툰 외교정책이 이 같은 현상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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