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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 비평] 올림픽 정신과 시청률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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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 비평] 올림픽 정신과 시청률전쟁

입력
2008.08.2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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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1세기 초반 우리나라의 문화코드가 무엇일까? 많은 답들이 있겠지만, 필자 생각으로는 아마 '재미'가 아닌가 싶다. 심각한 미시경제학이나 고전철학 강의도 재미있어야만 한다. 요즈음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재미가 빠진 심각함은 그야말로 '퇴출시켜야 할 구악(舊惡)'으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재미'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재미'가 모든 사회영역을 '재밋거리'로 만든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재밋거리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미디어라는 점이 더 큰 문제이다.

개인적 성격인 강한 인터넷은 물론이고 방송마저도 이러한 '재미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우리 방송에서 진지하고 신중한 프로그램들이 거의 사라져 버렸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신중해야 할 프로그램들까지 '재밋거리'로 재포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전달하고자 하는 프로그램 본래의 의미는 사라지고, 시청자들의 말초적 관심을 끌 수 있는 자극적 요소들만 극대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최근 지상파방송3사의 베이징 올림픽 중계방송은 변질된 우리 방송의 몰염치함을 극명하게 드러내 보였다고 생각된다. 볼만한 세계적인 선수나 팀들의 경기는 뒷전으로 하고, '대한건아'들의 금메달 획득에만 집착하는 획일적인 편파방송(?)'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므로 비판조차 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심각한 경기내용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막무가내 응원소리와 괴성만 난무하는 중계방송을 과연 스포츠중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그것도 방송에 대한 초보적 소양조차 갖추지 못한 이른바 '스포츠 스타'들을 경쟁적으로 동원하면서 말이다.

심지어 올림픽 중계방송을 오락프로그램의 소재로 활용하는 과감한 시도와, 내용과 무관한 연예인들의 경박한 '재밋거리식(?)' 해설을 보면, 도대체 한국 방송인들의 독창성은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혹시 이러한 경기장 밖의 소란함이 올림픽 승부를 위해 4년간 피땀 흘려온 선수들을 모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도대체 어느 나라의 올림픽중계가 오락프로그램들의 소재가 되고, 경기내용과 무관한 악쓰는 목소리들로 채워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러한 방송사들의 왜곡된 스포츠중계의 원인은 역시 시청률 경쟁 때문이다. 바로 우리 방송의 '만악(萬惡)'의 근원, 방송3사의 시청률 무한경쟁이 문제인 것이다. 지상파방송 광고수입이 급감하고 있고 경제상황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사들은 올림픽 중계의 본질을 생각할 여지가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올림픽과 스포츠 정신을 사람들의 '재밋거리'로 희화시켜 경쟁하는 우리 방송사들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모 방송사가 올림픽 개막식을 몰래 찍어 미리 보여주었다가 국제적으로 망신을 샀던 것처럼, 안에서 새는 쪽박, 밖에서도 새고 있는 것이다.

또 올림픽이 끝나면 방송3사가 올림픽기간 동안 찍어 놓았던 '몰래 카메라 필름(?)'들을 가지고 얼마나 소란을 떨지 벌써 기대된다. 고대 올림픽기간 중에는 그 기간 동안 전쟁을 멈추어 올림픽 정신을 실천했다고 한다. 우리 방송도 최소한 올림픽기간 동안만이라도 올림픽 정신에 맞추어 시청률 전쟁을 멈출 수 없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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