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내년 개교 '서울 국제중학교' 입시 벌써 과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내년 개교 '서울 국제중학교' 입시 벌써 과열

입력
2008.08.21 00:17
0 0

서울 국제중 입시는 일찌감치 '광풍'을 예고했다.

20일 오전 11시 강남구 대치4동 주민센터 강당. 사설 F학원 주최로 열린 국제중 입시설명회에는 200석의 좌석이 설명회 1시간 전에 이미 동이 났다. 좌우 통로까지 300명 넘게 꽉 들어찼다.

"중학교 현직교사가 출제하기 때문에 최소 중1 과정까지는 선행학습을 해야 합니다.", "올해에는 영어 평가를 안하지만 오래 가지 못할 겁니다."…

학원 관계자의 그럴 듯한 '전망'에 학부모들은 동화되는 듯 했다. 종이를 바닥에 깔고 앉은 학부모도 금과옥조처럼 수첩에 메모했다. 정보에 목마른 학부모들은 100분간 이어진 입시 설명회가 끝난 뒤에도 학원 관계자들을 붙잡고 매달려 질문공세를 펴는 모습이었다.

국제중이 문을 열어도 사교육 광풍은 절대 없을 것이라던 서울시교육청의 호언장담은 거짓말이 됐다. 시교육청의 국제중 지정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사교육 시장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대형 학원들과 사교육업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국제중 입시설명회를 앞다퉈 열어 학부모들을 유혹했다.

설명회에는 초등 6년 학부모 뿐만 아니라 저학년 학부모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심지어 1학년 아이를 데려온 부모도 있었다. 초등 3학년 아들을 둔 이모(43ㆍ여)씨는 "아이가 국제중 입시를 치를 즈음에는 영어 면접이 분명히 생길 것"이라며 "남은 4년 동안 영어 면접 준비를 시키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영어 평가는 없다"는 당국의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투였다.

국제중 최종 합격자 선발에 도입된 추첨제를 노린 학부모들도 상당수였다. 강북에서 설명회장을 찾은 김모(41)씨는 "영어시험을 안 보고 추첨으로 뽑는다고 하니 도전해볼만 하다"며 "영어성적도 필요없고 면접만 통과하면 행운을 누릴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태연스럽게 말했다. 사교육 과열을 막겠다며 내놓은 추첨 선발 방식이 '보통 학부모'의 기대치만 잔뜩 높인 꼴이다.

국제중 대비반이 만들어진 학원에는 입학 상담 문의가 폭주했다. 강남 U어학원 관계자는 "어차피 국제중에 들어가면 영어 실력이 중요하고 외국어고 입학에 유리해 지금부터 준비해 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전했다. 주당 2회 수업 수강료가 36만원이나 하는데도 레벨 테스트를 받겠다는 지원자가 줄을 섰다는 게 학원측의 설명이다.

시교육청은 국제중 입시가 과열 양상을 빚을 우려가 제기되자 '학원 특별 지도ㆍ점검'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시교육청은 이날 "국제중 설립 추진을 계기로 강남과 목동 등 학원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사실과 다른 과대ㆍ과장 광고 행위가 나타나고 있다"며 "집중 단속을 통해 불법ㆍ편법 행위가 적발되면 관련 규정에 따라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세무조사 의뢰라는 고강도 조치까지 염두에 두고 있지만 실효성 여부는 미지수다.

하지만 학원들은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학부모들 사이에 무시험 추첨 전형은 '1회성'이라는 공감대가 퍼져있는 만큼 교육 당국도 늘어나는 국제중 사교육 수요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로또式 합격자 선발' 논란 가열

서울시교육청이 내년에 문을 여는 2곳의 국제중 입시 전형에 도입하겠다고 밝힌 '최종합격자 무작위 공개추첨'방식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합격 여부를 전적으로 운에 맡겨야 하는 '로또'식 선발은 국제중 설립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 주변과 학원가에서는 로또 선발은 올해에만 적용하고, 내년 입시부터는 어떤 식으로든 손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교육청이 추첨제 전형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사교육 수요 억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여론도 여론이지만, 시교육청 내부에서도 국제중이 신설되면 사교육이 시장이 과열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측은 선발방식을 결정짓기 위해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는데, 학교생활기록부만으로도 충분한 변별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결과에 따라 추첨안을 최종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국제중을 운영할 영훈중과 대원중의 의사와는 다른 결정이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두 학교는 당초 추첨제 도입은 검토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A재단 관계자는 "영어수업 비중이 높은 국제중 교육과정 특성상 면접에서 어떤 식으로든 영어능력을 평가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시교육청이 반대했다"고 말했다.

B재단 관계자도 "(청심국제중처럼) 영어토론까지는 아니더捉?정원의 3배나 되는 2단계 선발 인원 중에서 추첨으로 합격자를 가리라는 얘기를 듣고 솔직히 놀랐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해당 법인들이 시교육청의 요청을 선뜻 수용한 것은 서울에 국제중이 처음 도입되는 단계인만큼 일단 연착륙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교육청 요구대로 신입생을 뽑은 뒤 선발 방식을 바꿔도 늦지 않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한 재단 관계자는 "첫 시행임을 감안하면 문제점은 생길 수 있으며, 학교의 선발 재량권을 높이도록 추첨 배율을 낮추든가, 다른 평가 지표를 도입하는 방안 등 대안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올해 입시 이후 전형안 수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김이삭 기자 hiro@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