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침략자라면, 존 F 케네디도 침략자다."
독일 주간 슈피겔이 "미국인들은 듣기 싫겠지만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행보는 히틀러나 스탈린보다는 1961, 62년 당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흡사하다"고 19일 보도했다.
슈피겔은 우선 케네디가 새로운 미국의 화신이었던 것처럼 푸틴도 러시아 부활의 상징으로 부각되며 두 사람 모두 자국 국민의 열광적 지지를 얻었다고 지적했다.
슈피겔은 또 케네디가 주권국을 1등국과 2등국으로 분류했는데 푸틴 역시 이번 그루지야 사태를 비슷한 시각에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러시아 같은 1등 주권국은 뒷마당인 쿠바나 그루지야에 개입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케네디, 푸틴 모두 이런 생각을 즉각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도 두 사람이 닮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슈피겔은 특히 케네디가 쿠바에 한 행동이 푸틴이 그루지야에서 한 것보다 더 나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네디는 무력을 통한 직접적인 쿠바 정권의 교체를 시도했지만 푸틴은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로 진격하려고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슈피겔은 덧붙여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과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을 비난하면서 "21세기에는 과거 20세기 냉전질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미국 스스로 여전히 약소국 쿠바에 대한 철저한 경제봉쇄를 고집하는 등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슈피겔은 "미국, 러시아 양 강대국 모두에게 위안이 되는 얘기일 지 모르지만 두 나라는 그들이 생각하고 싶어하는 것만큼 서로 다르지 않다"며 "양국 모두 힘의 논리에 따라 행동하고 말한다"고 꼬집었다. 슈피겔은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그루지야를 동맹국으로 가입시켜 러시아 뒷마당까지 치고 들어 갈 경우 안보가 확고해지기 보다는 오히려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면서 쿠바 사태 이후 10년간 냉전적 질서가 더욱 공고해진 사실을 상기시켰다.
슈피겔은 그루지야에 대해 "러시아의 이해를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것은 아니며 친미적 수사의 톤을 조금 낮추는 것이 그루지야의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면서 "케네디는 죽었지만 쿠바의 공산주의 정권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은 위기에 처한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에게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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