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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미안하다 완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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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미안하다 완득아

입력
2008.08.2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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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문학계에서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성장소설의 약진이다. 김려령의 성장소설 <완득이> 가 블로거 독자들로부터 지난 1년간 출간된 우리 문학작품 중 최고의 작품으로 꼽혔고, 지난달 출간된 황석영의 자전적 성장소설 <개밥바라기별> 은 2주만에 8만부를 찍었다. 1973년 출간했던 <우리들의 시대> 를 30여년 만에 재출간 한 최인호의 <머저리 클럽> 과 김진경의 <굿바이 미스터 하필> , 김형경의 <꽃피는 고래> 등도 서점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청소년에게는 삭막한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짜릿한 일탈을 맛보게 하고, 기성세대에게는 젊은 시절에의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는 게 돌풍의 원인이라는 분석이지만 사회ㆍ문화적 원인이야 어떻든 이 책들을 읽다 보면 잠시도 손을 떼지 못할 만큼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난쟁이 아버지, 말더듬이 삼촌과 함께 사는 열일곱살 고교생 도완득이 이웃에 사는 담임 '똥주'를 통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그린 <완득이> 는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이다.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쳐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는 완득이를 읽으며 독자들은 자신과 가족, 주변을 되돌아보고 '희망'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된다.

<개밥바라기별> 은 주인공 준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공사판과 오징어잡이배, 빵공장을 떠돌다 입산해 행자생활을 하고, 다시 베트남전에 자원하는 작가 자신의 청춘 기록이다.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끊임없이 속삭이면서, 다만 자기가 작정해둔 귀한 가치들을 끝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잊지 않았다…하고 싶지 않은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다. 그들은 네가 다른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처럼 청소년기의 고뇌와 우정, 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들을 보면서 자연스레 우리 청소년들의 현실이 겹쳐져 가슴이 납덩이처럼 무겁고 착잡해진다. 영어 몰입교육, 중학교 일제고사 부활, 고교 선택제 도입에 이어 국제중학교 설립 계획…. 이명박 정부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경쟁'과 '서열화'로 무한 입시경쟁 전쟁터에 내몰리는 아이들에게 소설 속 내용은 그냥 '소설'일 뿐이다. 부모 세대의 기대와 사회적인 제약 속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그들에게 어른이 되기 위해 겪는 성장통은 사치와 낭비로 인식된다.

기성 세대들은 자신들의 청소년기 겪은 방황과 고뇌에는 아련한 향수와 추억을 가지면서 자녀들은 온실 속의 화초로 자랄 것을 강요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초ㆍ중ㆍ고교를 둘러본 한 외국의 교육전문가가 "마치 아이들을 운동장에 몰아넣어 소싸움을 시켜놓고 어른들은 구경하며 즐기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 딱 그 꼴이다.

말로는 다양한 능력과 창의적인 생각과 비판적인 사고력이 다양한 방식으로 평가받고 존중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하면서도 아이들을 획일화하고 규격화한 공산품으로 만드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방학인데도 30도를 넘는 무더위에 보충수업과 학원을 오가며 고통스러워 하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럽지 않은가. 우리는 아이들에게 너무도 못할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책장을 넘기며 한번쯤 가슴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이충재 부국장 겸 문화부장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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