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초선 의원 10여 명을 발탁해 '초선 특보단'을 꾸리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초선들의 에너지와 신선한 아이디어를 당무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라며 "더 큰 이유는 끼리끼리 따로 놀며 서로 튀는 초선들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일 현재 한나라당 초선 의원은 91명. 소속 의원 172명 중 과반이 넘는 막강한 세력이다.어쩌다 이들이 '관리 대상'이 됐을까.
지난 달 외교안보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정책조정위 부위원장인 A 초선 의원은 "회의 결과를 내가 언론에 발표하겠다"고 고집해 지도부가 진땀을 뺐다. 국회 쇠고기특위의 초선 B의원은 최근 회의에서 "지겨운 논쟁은 그만하자"며 짐짓 준엄하게 꾸짖어 선배 의원들을 당황하게 했다.
비례대표 초선 C 의원은 초선들을 요란하게 몰고 다녀 '초선당 대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달 4일 열린 의원총회에선 초선 의원들이 "지도부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우리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며 홍준표 원내대표를 면전에서 비판하기도 했다.
지도부의 권위와 선수를 금과옥조로 여겨 온 한나라당에선 좀처럼 볼 수 없던 광경들이다. 초선들 사이엔 당 문화나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따를 만한 선배 의원이 없는 데다 지도부가 우리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기회도 주지 않고 무기력하게 방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 지역 40명을 포함해 44명이나 되는 수도권 초선 의원들이 '영남당'의 보수적 문화에 반감을 느끼는 측면도 있다.
이런 분위기는 19일 국회 상임위원장 후보 경선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홍 원내대표가 선수를 기준으로 내정한 후보 3명 중 1명이 떨어지고 1명은 비긴 것. 한 초선 의원은 "경선 전에 우리끼리 모여 투표 방향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물론 이런 모습에 대한 당내 시선은 곱지 않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당 지도부를 대책 없이 흔들어 '108 번뇌' 라는 오명을 얻고 결국 당을 망하게 한 옛 열린우리당 초선 108명이 연상된다"며 "대선 직후 '이명박 바람'을 타고 뱃지를 쉽게 달아 기고만장한 것 같다"고 했다.
한 당직자는 "초선들이 불만은 많지만 중요한 현안에 대해 발전적 목소리를 내거나 행동을 보여준 적이 있느냐"면서 "6월 촛불 시위가 한창일 때도 초선들이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의총에서 재협상을 주장해 혼선을 일으키고 망신만 당했다"고 꼬집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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