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타결된 국회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중재 역할을 한 사람들이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다. 두 사람은 지루하게 줄다리기와 샅바 싸움을 벌여온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나름의 역할을 함으로써 주가를 올렸다.
김 의장은 원 구성 협상의 고비 때마다 "국민 무시의 정치를 끝내라" "국회를 살리기 위한 중대 결단을 하겠다" 등의 말을 하며 여야에 결단을 촉구하는 호소와 압박을 거듭했다. 특히 18일 낮 12시로 국회법 개정안 심사 기일을 정하고 직권상정 방침을 시사한 것이나, 19일 오전 재차 "직권상정을 더 미룰 생각이 없다"며 여야를 압박한 것은 협상 타결의 한 계기로 작용했다.
김 의장은 또 여야의 드센 기 싸움으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던 11일에는 직접 여야 원내대표를 한자리에 불러 모아 원 구성 일정 잠정 타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물론 잠정 타결 일정이 지켜지진 않았으나 19일 최종 협상 타결의 단초가 된 것은 분명하다.
김 의장은 이날 협상 타결 뒤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참으로 뒤늦은 원 구성으로 국회의 존재 가치가 위협 받을 만큼 위태로웠다"며 "국민들께 송구스러울 뿐으로 저와 여야 지도부는 부형청죄(負荊請罪ㆍ가시나무를 지고 죄를 청하다)의 심정으로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회는 국민을 대표해 정부를 견제할 권한이 있다"며 "협상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게 했던 행정부의 태도에도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도 '제3교섭단체' 대표로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모두 선진당을 우군으로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것이다.
선진당은 양쪽을 오가며 중재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두고 전혀 접점을 찾지 못하자 선진당은 18일 "양당을 설득해보자"는 이 총재의 의지에 따라 절충안을 마련해 중재에 나섰다. 수용되진 않았지만 '선(先) 원구성, 후(後) 가축법 논의'라는 중재안도 제시했다. 선진당이 양당 모두를 적절히 비판하며 압박한 것도 협상 타결에 지렛대가 됐다. 이번에 선진당은 원내 1,2당이 모두 과소평가할 수 없는 제3당의 면모를 보여준 셈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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