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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정책硏 '직장 절도' 국내 첫 보고서/ 직장인 75% "질병 핑계로 결근쯤이야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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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정책硏 '직장 절도' 국내 첫 보고서/ 직장인 75% "질병 핑계로 결근쯤이야 괜찮아"

입력
2008.08.20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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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구 제조업체에 다니는 A씨는 한 달에 1,2차례 회사 장난감을 빼돌려 아들에 선물을 하곤 한다. A씨는 "약간 죄책감이 들긴 하지만 완구업체 다니는 아빠가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유통업체 부장인 B씨는 올해 여름휴가에 가족들과 고급 일식집에서 외식을 했다. 계산서에 찍힌 금액은 27만원. B씨는 자연스럽게 지갑에서 법인 카드를 꺼내 음식값을 결제했다.

사기업은 물론 정부 기관이나 공사에도 '직장 절도(workplace theft)'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장준오 박사 연구팀이 국내 20개 기관 및 기업 종사자 39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토대로 낸 '직장 절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5명 중 1명은 법인카드를 개인적 용도에 사용하는 동료를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직장 비품을 사적으로 이용한 동료를 본 적 있다는 응답도 31.3%, 직장의 물품을 무단 반출하는 것을 본 경험도 15.3%에 달했다.

직장 절도란 근로자가 업무 수행 중 회사에 유무형의 피해를 주는 각종 일탈행동을 뜻하며,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서구 학계에서는 폭넓게 인정 받고 있다. 이 보고서는 직장 절도 실태를 들여다본 국내 첫 연구로, 업무 시간 중 주식거래나 잡담 같은 '시간 절도' 개념도 분석해 주목된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은 시간 절도 행위에 너그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기밀 유출이나 공금 횡령은 '절대 해서 안 되는 행위'라는 응답이 90%를 넘었지만 업무시간 중 온라인 게임이나 주식거래 60.2%, 회사를 이탈해 개인업무를 보는 행위 26.4%, 질병 핑계로 결근 25.4%, 점심시간 무단 연장은 4.6%만 금기시했다.

실제로 응답자 394명 중 흡연 및 잡담 경험 81%, 개인적인 전화 이용 86.3%, 점심시간 무단 연장 50.9%, 질병 핑계로 결근 19.8%, 업무시간 중 이탈해 개인업무 35.6%, 업무시간 중 온라인 게임 및 주식거래는 17.8%가 직접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 박사는 "고용주들조차 종업원에 의한 직장 절도가 아주 심하지만 않다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공동 연구자인 유홍준 성균관대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직장 절도로 인한 비용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라는 것"이라며 "조직내부 규칙이나 시스템을 재정비해 인식전환을 이끌어내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파리 목숨'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보다 오히려 업무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불안정과 낙후된 처우로 직장 절도가 정규직보다 높을 것이라는 추정과는 확연히 다른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업무 시간에 직장을 이탈해 개인 업무를 본 경험이 있는 비정규직은 17%에 그쳐, 정규직의 37%보다 20% 포인트 낮았다.

또 정규직들은 점심 시간에 늦게 회사에 돌아오는 경우가 52%에 달한 반면 비정규직은 31%만이 그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업무시간에 온라인 게임이나 주식거래를 하는 '간 큰' 정규직'이 20% 가량인데 비해 비정규직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비정규직의 경우 불안한 신분에도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출퇴근 시간 등에 성실할 수 밖에 없다"며 "또한 잦은 해고로 노동강도가 강해지다 보니 다른 데 눈을 돌릴 틈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장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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