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내년 3월 서울 지역에 들어설 국제중 2곳의 운영 계획을 19일 발표했다. '특성화중 지정 계획'으로, 국제중 운영 방안이 담겼다. 시교육청은 교육과학기술부와의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국제중 신설 방안을 먼저 공개할 정도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다단계 전형을 하면서도 최종 합격자는 무작위 공개추첨을 통해 선발키로 함으로써 벌써부터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시교육청은 "영어 사교육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입장이지만, 사교육을 되레 확산시킬 우려도 많다. 교과부의 '동의'도 변수다.
■ 학생부ㆍ면접이 관건
국제중 전형안의 포인트는'추첨제' 도입이다. 3단계로 나눠 전형을 하며, 마지막 단계에서 2단계 선발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공개 추첨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양종만 시교육청 교육지원국장은 "국제중 설립으로 과열 입시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의무교육 단계인 중학교 교육과정을 감안해 필기시험과 영어면접 등을 전형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1단계는 학교장 추천을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집정원의 5배수를 선발한다. 1단계 전형의 평가 기준은 학교생활기록부다. 출ㆍ결석 상황, 교과학습 발달 정도, 재량ㆍ특별활동 실적, 경시대회 수상 경력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교과부나 시교육청 주관하는 경시대회 실적만 반영하며, 토익ㆍ토플 등 영어인증시험 점수도 제외된다.
정원의 3배수를 추리는 2단계에서는 개별면접, 집단토론 등 다양한 면접방법이 활용된다. 면접은 전부 한국어로 진행된다. 다만 특별전형 특례입학 대상자 중 오랜 해외생활로 인해 우리말 구사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에 한해 영어사용을 허용할 방침이다.
■ 애매한 선발기준 논란
시교육청 관계자는 "국제중은 영어를 잘하는 학생을 위한 학교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일정 수준만 되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 국제중 대비반 등 사교육을 통한 별도의 준비가 필요없을 것이라는 게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그렇지만 애매하기 짝이없는 평가기준은 선발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시교육청은 학생부에 '매우잘함, 보통, 노력바람' 등 3~5등급으로 교과평가 내용이 기재되기 때문에 변별력 확보에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등급 비율 가이드라인이 학교마다 달라 특정 학교 지원자가 쇄도하는 부작용도 배제하기 힘들다.
최대 관건은 무작위 공개추첨이다. 최종 합격여부를 전적으로 '운'에 맡겨야하는 상황에서 탈락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시교육청이나 학교 측이 쉽게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국제중 추첨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현인철 전국교직원노조 대변인은 "국제중으로 전환하려는 학교들이 아무런 혜택도 없이 선뜻 인가 신청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우수 학생을 뽑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교과 성적을 수치화하는 방법을 마련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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