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신병자 '묻지마 살인' 언제까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신병자 '묻지마 살인' 언제까지…

입력
2008.08.20 01:17
0 0

10년 전 아들을 살해했던 정신분열증 남성이 80대 노모까지 살해하는 등 정신질환자에 의한 살인사건이 부산과 서울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최근 정신질환자에 의한 이 같은 '묻지마식 살인'이 잇따르면서 인권침해 우려 때문에 방치돼왔던 정신질환자 범죄에 대한 근본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오후 6시께 부산 동구 초량동의 한 주택에서 이모(47)씨가 옆에서 잠자던 어머니 박모(85)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이씨는 잠을 자다 깬 뒤 갑자기 어머니의 목을 조르다 부엌에 있던 흉기를 갖고 와 어머니를 두 차례 찔렀다. 부산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이씨가 "내가 출세하는데 어머니가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 범행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10여년 전부터 과대망상과 정신분열증을 앓아왔으며, 1998년 6월에는 자신의 2살 짜리 아들도 살해했다. 김씨는 당시 징역 3년에 치료감호 처분을 받고 7년 전 공주치료감호소에서 복역후 출소해 정상인과 다름없이 집에서 생활해왔다.

이에 앞서 15일 오후 4시께에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모 초등학교 앞에서 김모(25)씨가 아무런 이유 없이 길가던 오모(41)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오씨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사건 당시 '누군가 죽이고 싶다'는 생각에 동네 슈퍼마켓에서 부엌칼을 구입한 뒤 혼자 가는 오씨를 발견하고 뒤따라가 범행했다.

김씨 역시 동생의 목을 조르거나 부모를 끈으로 묶는 등 이상행동을 보여 2002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3개월 가량 정신병원에 입원했었다. 김씨는 2002년 고교 졸업 후 잠시 전문대에 다녔으나 정신병 증세로 자퇴한 뒤 5년여 동안 주로 집에서만 생활해왔다.

올 4월에는 강원 양구군에서 정신질환을 앓는 30대 남성이 "세상이 싫어 아무나 죽이고 싶다"며 둔치에서 운동을 하고 있던 여고생을 살해해 충격을 줬다.

이처럼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식 살인'이 잇따르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정신질환자를 따로 관리할 경우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해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 때문에 범죄 전과가 있는 정신 질환자들까지 무방비로 방치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가능성이 높은 정신질환 전과자조차도 치료감호소에서 일정기간 동안 치료를 받고 나오면 그 뿐"이라며 "정신질환자를 따로 관리할 수 있는 관련 법 규정이 전무한데다 프라이버시 보호 때문에 정신 병력을 파악하기도 어려워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회가 고도화하면서 정신질환에 의한 묻지마 식 범죄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만 다룰게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고 보호하면서 동시에 관리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