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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한글학회 100돌…"한글 수출 실용화 가능성부터 고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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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한글학회 100돌…"한글 수출 실용화 가능성부터 고려를"

입력
2008.08.20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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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로 한글학회가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한글학회를 비롯해 한글관련기관, 단체들은 이달 한국어ㆍ한글의 미래, 한글의 독창성 등에 대해 다양한 학술행사를 펼칠 예정이다.

여러 주제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한글을 어떻게 세계화 할 것이냐"라는 주제다. 한국어학회(16~18일)와 한글학회(31일)의 국제학술회의, 국립국어원의 국어사랑큰잔치(22,23일) 등에서 제시될 한글 세계화 관련 논의를 정리했다.

▲ 한글기반 문자수출은 실리 고려해야

세계화와 관련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한글 기반 문자 수출이 꼽힌다. 실제로 1994~2001년 태국의 고산족인 라후족, 2002년 중국의 소수민족인 로바족, 2004년 중국의 소수민족 오로첸족 등 문자가 없는 민족들을 대상으로 민간차원에서 한글보급운동을 펼쳤다.

또 2000년대초 한 선교단체는 스리랑카의 신할라어문자를 난(難)문자로 규정하고 이를 대체하는 '온누리한글 스리랑카 문자'를 개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활동이 실리적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조태린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는 "한글기반 문자 수출은 인도주의와 다문화주의라는 명분을 내세워 추진되기보다는 실용화 가능성에 기반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중국내 무문자언어 민족이 문자사용의 필요성을 느낄경우 가장 먼저 관심을 두는 것은 한자 또는 주음부호일 것이며, 국제적 통용성을 중시할 경우에는 로마자일 것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한글문자를 보급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한글수출은 주로 국가 공용어의 지위를 누리지 못하는 소수언어를 대상으로 하는데, 로마자와 달리 한국이라는 국적이 뚜렷한 한글은 해당국가의 정부나 국민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산화 가능성의 측면에서도 별도의 자판이 필요없는 로마자에 비해 글꼴이나 자판을 따로 개발해야 하는 한글은 비용의 측면에서 별다른 이점이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조 연구사는 "현실화 가능성이 희박한 한글기반문자 수출 노력과 구체적 욕구가 증가하고 있는 한국어 해외 보급 및 한국문화 수출을 위한 노력 중 어느 것이 더 실리가 있을지 냉정히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 한글 디자인은 세계화 가능성 높아

한글문자를 우리말(한국어)과 크게 관련짓지 말고, 자체의 가치와 소용을 찾음으로써 세계화를 꾀하자는 주장도 활발히 나오고 있다. 한글디자인의 적극적인 상품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들은 한글을 디자인하여 넣은 티셔츠, 윤동주의 '별헤는 밤'을 디자인해 새겨넣은 휴대전화의 성공이 보여주듯 한글 디자인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홍종선 고려대 국문과 교수는 "한글은 한국어와의 관계를 떠나서 독자적인 행보를 하는 일면도 고려해야 한다"며 "심지어 언어와의 관계성을 버리는 것은 물론 형태성을 포기해 한글이 추상화의 길을 걷는다고 해도 외국인들이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중순 계명대 한국문화정보학과 교수도 "한글은 완성형 문자수가 1만1,172자로 현존 언어 중 가장 많은 문자수를 조합해낸다"며 "색상, 굵기, 기울기 등을 변용한다면 수천억개에 이르는 디자인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이 분야에 집중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글디자인화의 난점인 네모꼴의 정형화된 구조를 탈피한 디자인 개발에는 학자들간의 의견이 일치했다. 최용기 국립국어원 국어진흥교육부장은 "탈네모꼴의 한글꼴이 아름다운 문자모양을 보여주는 것이 당연하지만 국어학자들은 이런 연구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실용과 아름다움을 함께 아우르는 글자체 연구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글학회는

1907년 주시경이 시작한 한글강독회를 계기로 주시경, 김정진 등의 한글학자들이 1908년 8월31일 국어연구학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1921년 조선어학회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조선어사전 편찬, 한글날 제정, 한글 맞춤법 통일안 채택 등 식민치하 우리말의 연구보급에 힘썼다. 해방후인 1949년 한글학회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국어순화운동, 한글전용운동, 사전편찬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 "와! 이게 용비어천가구나"/ 29일부터 건국대 등서 다채로운 행사

한글날 제정, 조선어학회 사건 등으로 한글보급과 한글전용에 힘써온 민간학술단체인 한글학회 창립 100돌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이전까지는 한글학회의 창립시점을 학회의 전신인 조선어연구회의 출범일(1921년 12월3일)로 삼았으나 1987년에 그 기점을 한글학자 김정진?국어연구회를 세운 8월31일(1908년)로 변경했다.

가장 큰 행사는 29,30일 건국대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 '한글학회 100돌과 우리 말글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 세미나는 알브레이트 후버 독일 본대 교수, 스테판 크놉 영국 런던대교수, 홍종선 고려대 교수 등 국내ㆍ외학자 20여명이 한국어 정보화, 한국어의 특질 등을 발표한다.

한글관련 전시회도 잇따라 열려 최현배, 이희승 등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33인의 회원들의 영정과 캐릭터, 유품 등이 22일 한글회관에서 전시되며, 25일부터 10월25일까지 홍릉의 세종대왕기념관 전시실에서는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등 한글관련 문헌과 한글서예가 43명의 한글 서예작품 등이 전시된다.

31일에는 국어연구회의 창립총회가 열렸던 서대문 봉원사터에서 표지석 제막식이 거행되며, 앞서 30일에는 한글학회 창립 100돌 기념식이 건국대 새천년기념관에서 열려 한글발전 단체에 대한 표창, 축하공연 등이 펼쳐진다. 한편 올 연말께는 <한글학회 100년사> 가 발간될 예정이며, 우정사업본부와 함께 기념우표 발행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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