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 활성화를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극계의 해외 번역극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영미권과 프랑스, 러시아 등으로 한정됐던 번역극의 태생적 배경이 다채로워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대학로 무대에 둥지를 틀고 있는 일본, 스페인 희곡의 등장은 그래서 반갑다. 9월 3~28일 서울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세모극장에서 극단 숲이 선보일 국내 초연 스페인 연극 <후엔떼 오베후나> 역시 해외 원작 연극의 다양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후엔떼>
연극의 원작자 펠릭스 로페 데 베가 이 카르피오(이하 로페 데 베가)는 미겔 데 세르반테스, 칼데론 데 라 바르카와 더불어 17세기 스페인을 대표하는 극작가로 꼽힌다.
스페인 바로크 연극의 창시자로 불리기도 하는 그는 지배층을 대상으로 했던 연극을 일반 대중이 즐기도록 스펙트럼을 넓힌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그런 그의 대표작 <후엔떼 오베후나> 는 1476년 스페인의 시골 마을 후엔떼 오베후나에서 실제 있었던 농민반란을 소재로 귀족과 민중의 대립을 다루고 있다. 후엔떼>
작품 속에서 귀족들은 폭정을 일삼고 민중, 특히 여성들은 이에 거칠게 대항한다. 봉건제도 속 부계사회인 작품의 탄생 시기를 감안할 때 가히 파격적인 내용으로 극의 모티프가 된 실제 농민 봉기 사건 이후 530여년이나 지난 오늘날 우리의 정치, 사회 상황과도 묘하게 맞물린다.
최근 막을 내린 또 다른 스페인 연극 <최종면접> 의 번역자로 스페인 희곡문학 전공자인 김선욱씨가 번역과 드라마투르그를 맡아 개작이나 각색 과정을 거치는 대신 최대한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우리말로 옮겼다. 로페 데 베가의 언어와 정서, 세계관을 그대로 형상화하기 위해서다. 최종면접>
극단 측은 "관객들에게 천재 극작가로 꼽히는 로베 데 베가를 소개하는 동시에 진지한 연극도 충분히 재미와 신선함을 느끼게 해 준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연출을 맡은 임경식씨는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세계 연극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스페인 연극을 접하고 다채로운 문화의 향취를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찬 김현진 장윤호 김수경 등 출연. (02)762-0010
김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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