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비상사태에 대비한 '최후의 실탄' 격인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에 글로벌 신용위험의 불똥이 튀고 있다. 미국의 양대 국책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신용위기 여파로 사실상 부도 상태에 몰림에 따라, 자칫 이곳에 투자하고 있는 외환보유액도 적잖은 손실이 우려된다.
1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주가는 각각 21%, 25%나 폭락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대출 연체율 급등과 주택차압 급증으로 두 업체의 자본상태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결국 미국 정부가 공적자금을 들여 국유화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된 탓이다. 두 업체가 국유화되면 기존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고, 발행 채권 역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진정기미를 보였던 신용위기 조짐이 다시 확산되는 양상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패니메이ㆍ프레디맥 발행채권에 투자한 외환보유액. 한국은행은 확인을 거부하고 있지만, 두 업체가 발행한 채권에 약 370억달러(약 39조원)가 투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은 당국자는 "두 업체의 채권은 지금도 정상거래 되고 있고, 만에 하나 국유화되더라도 미 정부가 그 동안의 암묵적 보증을 해왔기 때문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안전을 자신했다.
미 재무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패니메이ㆍ프레디맥에 대한 구제금융계획을 부인했다. 하지만 월가 일각에선 벌써부터 미 정부가 국유화 후 두 회사의 자산ㆍ부채를 떠안는 과정에서 기존 일반채권을 5~18% 할인된 수준에서 매입할 것이라는 설이 나오고 있다. 5%만 할인돼도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을 2조 가까이 잃을 수 있다.
LG경제연구원 정성태 선임연구원은 "부도 직전에 몰린 두 업체의 채권은 사실상 부실채권으로 봐야 한다"며 "국책업체 채권을 떨이로 처분할 경우 미 국채 전체에 대한 신뢰가 깨질 가능성이 커 미국 정부가 실제 채권 처분에 나설지 속단할 수는 없지만 사태가 더 악화한다면 우리로서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일한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미 달러화 공적채권이 오히려 신용위기의 진원지가 됨에 따라, 차제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투자도 위험분산 차원에서 달러 이외 자산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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