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감사원이 적발한 공공기관의 내부감사 기능 마비 실태는 공기업 인사가 왜 중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 이토록 내부 규율이 무너지고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수 있었던 토양은 공기업의 방만경영이고, 그 뿌리엔 낙하산 인사 등 태생적인 조직운영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기업 감사는 기관장에 버금가는 권한과 처우를 누리면서도 책임은 거의 없어 정권 주변의 '낙하산'들이 선호하는 '꽃보직'으로 불려왔다. 그런 꽃보직들이 자리에 앉아 무슨 일을 하는지가 이번에 드러난 것이다.
감사원이 적발한 사례는 한마디로 요지경이다. 인천 모 구청 공무원 A씨는 건설업자로부터 1,000여만 원의 뇌물과 향응을 받았다가 들통났으나 전과가 없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돈도 돌려줬다는 이유로 훈계 처분에 그쳤다. 중앙선관위의 기능직 9급 B씨는 회계 서류를 조작해 2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으나 선관위는 고발 대신 자체 징계로 무마했다. 한국전력공사는 고객이 납부한 전기요금 5,300만원을 횡령한 C씨를 적발하고도 돈을 변제했다는 이유로 징계 대신 권고사직 처분을 내렸다. 다른 곳에 취업할 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공기업이 이처럼 내부 비리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로 일관하는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우선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데다 성과급을 결정하는 공기업 경영평가에서도 득 될 게 없다. 그나마 전문성과 정통성을 갖춘 감사라면 이 같은 조직 이기주의적 계산을 거스를 수 있겠지만 노조 등과의 타협으로 내려온 낙하산 감사의 경우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보신주의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다.
이번에 29건의 위법ㆍ부당처분 사례를 적발한 감사원은 "공기업의 자체 감사기구가 비위직원 봐주기로 온정적인 처분을 한다"며 징계 규정 강화와 감사기구 독립성 보장을 권고했다. 감사대상과 감사주체가 '한통속'인 조직에게 경영효율이나 공복의 규율을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기라는 얘기다. 자정기능이 마비된 공기업을 방치 혹은 조장하는 보은ㆍ낙하산 인사는 '공공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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