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실시된 한나라당의 국회 상임위원장 후보 경선 결과가 발표되자 의원들 사이에서 "어!" 하는 탄성이 나왔다. 연공서열과 지도부의 지침을 중시하는 한나라당의 '전통'을 깨고, 홍준표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상처를 입힌 결과였다. 홍 원내대표의 상임위원장 후보 지명에 반발, 경선을 요구한 의원 3명 중 1명이 이기고 1명은 비기는 등 선전했기 때문이다.
소속 의원 172명 중 156명이 참여한 경선에서 통일외교통상위원장 후보엔 박진 의원이, 정보위원장 후보엔 최병국 의원이, 문화체육관광위원장 후보엔 고흥길 의원이 선출됐다.
3선의 박진 의원은 홍 원내대표가 단수 후보로 지명한 4선의 남경필 의원을 6표 차로 누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3선끼리 맞붙은 정보위원장 후보 경선에선 홍 원내대표가 내정한 최 의원이 권영세 의원을 가까스로 이겼다. 개표 결과 최 의원 77표, 권 의원 78표, 두 후보 칸의 구분선에 걸친 표가 1표였다. 이 1표가 무효로 인정되면 권 의원이 이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에 문의한 결과 "기표 표시가 최 의원 쪽에 치우쳐 있으니 최 의원 표로 봐야 한다"는 유권해석이 나와 두 의원이 78표 씩으로 동수가 됐고, 당규에 따라 연장자인 최 의원이 최종 승자가 됐다.
경선을 요구한 박진, 권영세 의원이 "의원들이 결국 지도부 말을 따르게 돼 있다"는 예상을 보란 듯이 깬 셈이었다. 박희태 대표가 투표 실시 전 인사말에서 "홍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 주자"고 분위기를 잡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다만 홍 원내대표가 후보로 지명한 고 의원은 경선을 요구한 정병국 의원에게 37표 차의 낙승을 거두어 홍 원내대표의 '체면'을 살렸다.
이날 선거 결과는 서울지역 의원(40명)과 초선(91명)들이 '반(反) 홍준표' 성향으로 투표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박진, 권영세 의원의 지역구는 서울이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친이명박, 친이재오계가 다수인 서울 의원들이 최근 청와대와 갈등을 빚는 홍 원내대표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이라며 "공천 물갈이로 대거 입성한 초선들이 나이, 선수를 중시하는 한나라당 문화나 홍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반기를 든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단수로 지명된 나머지 8개 상임위원장 후보를 이날 확정했다. 운영위원장 홍준표 원내대표, 기획재정위원장 서병수, 정무위원장 김영선, 국방위원장 김학송, 행정안전위원장 조진형, 국토해양위원장 이병석, 예결특위위원장 이한구, 윤리특위원장 심재철 의원 등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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