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리샤오펑이 마지막 연기를 펼치기 전까지 유원철(24ㆍ포스코건설)의 점수는 전광판 가장 높은 곳에 있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리샤오펑이 환상적인 연기를 펼친 후 멋지게 착지에 성공하자 얼굴의 땀을 닦던 유원철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러나 올림픽에 첫 출전한 유원철은 체조 마지막 날 한국선수단에 유일한 메달을 선사하며 미래를 기약했다. 유원철은 19일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평행봉 결선에서 16.250점을 얻어 리샤오펑(16.450점)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지난 9일 단체전 예선에서 16.150점을 얻어 4위로 결선에 오른 유원철은 이날 출전 선수 8명 중 여섯번째로 평행봉에 올랐다. 가장 높은 A점수(난이도 점수) 7.000짜리 연기로 시작한 유원철은 한국 팬들의 응원 속에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며 그동안 갈고 닦아온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공중 회전 후 봉 양쪽에 팔을 걸치는 동작은 힘이 넘치면서도 물 흐르듯 매끄러웠다. 물구나무를 설 때 몸이 일자로 펴지지 않고 양다리가 뒤로 살짝 쏠렸지만 전체적인 연기는 앞선 선수들과 뚜렷하게 차이가 났다. 몸을 세 바퀴 돌려 매트에 착지한 유원철은 우승을 확신한 듯 양팔을 쭉 뻗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잠시 후 전광판에 뜬 점수는 기술 점수(B점수)에서 9.250점과 난이도 점수를 합한 16.250. 순식간에 16.200점의 안톤 포킨(우즈베키스탄)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시드니대회에서 이주형 현 대표팀 감독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건 리샤오펑의 기량은 녹슬지 않았다.
홈 관중의 열렬한 '짜요' 함성과 함께 평행봉에 오른 리샤오펑은 그동안의 공백이 무색하게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리샤오펑은 난이도 점수에서 유원철보다 0.100점 낮은 6.900점짜리로 연기를 시작했지만 기술점수에서 B점수로 9.550을 획득, 16.450점으로 개인 통산 4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경기 후 유원철은 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서자마자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정말 아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어 좌절하지 않았다. 유원철은 "첫 올림픽 출전에서 메달을 딴 것으로 만족한다"며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개인전 금메달과 함께 단체전에서 꼭 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한편 체조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도 사상 첫 금메달 도전에 실패한 채 유원철의 은메달 1개로 만족해야 했다. 반면 홈팀 중국은 남자 종목에서만 총 8개의 금메달 가운데 7개를 휩쓰는 돌풍을 일으켰다.
베이징=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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