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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 잠그는 은행, 영세 中企 옥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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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 잠그는 은행, 영세 中企 옥죈다

입력
2008.08.20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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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신발제조업체인 A사는 최근 은행에 대출신청을 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원가압박에 수출 주문량 감소로 매출까지 줄어, 결국 은행에 손을 벌렸지만 은행의 대답은 한마디로 "노(No)!"였다. A사 대표는 "매출감소 때문에 운전자금이 필요해서 대출을 신청했는데 정작 은행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대출심사를 벌여 불가판정을 내렸다"며 "이런 식이라면 자금여유 있는 기업만 대출을 받고 정말로 돈이 쪼들리는 기업은 은행문턱을 영영 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악화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자 시중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영세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다. 은행들은 건전성관리를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선 자금여유가 있을 때는 돈을 쓰라 하고 정작 돈이 필요할 때는 대출을 거절하는, '비올 때 오히려 우산을 뺏는' 은행들의 행태가 야박할 수 밖에 없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내실 경영을 표방한 시중은행들이 비우량 중소기업에 대해 신규 대출을 억제하고 대출 연장도 좀더 까다롭게 심사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국민은행은 하반기 신규 대출을 자제해 중소기업 대출 증가 폭을 상반기보다 줄여나가기로 했다. 특히 건설업 등 경기 민감 업종이나 원자재 가격 급등과 관련한 업종 등은 '관리대상 업종'으로 선정해 영업점의 대출전결권을 제한키로 했다. 이들 관리대상 업종에 속하는 기업들은 대출기간 연장도 1년에서 5개월로 단축하고 10억원 이상 신규 대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본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신한은행은 신용등급이 낮은 가계나 기업에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할 수 있도록 내부지침을 마련했다. 수익성과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영업점을 평가할 때 순이자마진(NIM) 개선도와 여신품질(신용 우량등급 여신) 개선도 등에 대한 점수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대출 증가에 대한 점수는 낮춰 과도한 대출을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올해 상반기부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온 하나은행은 지난달 조기경보 시스템을 한 단계 높여 기존 대출에 대한 재평가 작업에 착수했다. 우리은행과 외환은행도 대출 연장 심사 때 신용도가 낮아진 기업의 경우 회수 비율을 높이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우량 중소기업조차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는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경기 악화로 매출이나 이익이 감소한 기업, 건설업 등 경기민감업종 기업, 지방 소재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운전자금 수요는 늘었는데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 강화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상대적으로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지방 건설업체인 B사 대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금융 회사들이 건설업종을 위험 업종으로 분류해 대출심사가 까다롭다"면서 "현재로선 신규대출은 꿈도 꿀 수 없고 높은 금리대출금은 최대한 갚아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11, 12일 이틀간 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 하반기 지역기업 자금사정 동향과 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대부분이 대출금리 인상, 은행들의 기업 리스크 관리 강화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은행이 대출시 매출뿐 아니라 기업의 신용이나 기술, 앞으로 수주량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담보뿐 아니라 신용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 "물론 연체율 증가 등으로 은행의 리스크 관리도 불가피한 면이 있는 만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자금이라도 숨통을 터 달라는 호소도 많았다"고 전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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