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고조됐던 여야의 대결 분위기가 잠시 누그러졌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어제 정오로 설정한 원 구성 협상 타결 시한을 수 차례 연기하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막판 절충을 기다린 결과 여당의 단독국회 강행과 야당의 반발로 빚어질 정면 충돌 위기는 일단 피했다. 그러나 여야의 마라톤 절충에서도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에 대한 근본적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 불씨는 남았다.
스스로 설정한 시한을 여러 차례 연기하면서 협상 타결을 기다려야 했던 김 의장의 심적 갈등은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국회 운영과 관련한 권위의 부분적 실추를 감수하더라도, 거대여당의 '힘의 정치'를 방조했다는 비난은 피하고 싶었을 터이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생각도 비슷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원 구성 강행 움직임을 두고 민주당이 청와대의 '입김'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선 만큼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기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작용했을 법하다.
원론적으로 거대여당이 숫자의 힘에 의존하는 대신 작은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에 애쓰는 자세는 미덕일 수 있다. 다수결의 원리 못지않게 소수에 대한 고려가 중요한 것이 민주주의다.
그러나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해온 원 구성 협상의 양태와 끝이 보이지 않는 '놀고 먹는 국회'에 대해 날로 커지는 국민적 비난을 생각하면 습관적으로 따르는 도의적 비난이나 정치적 부담에 대한 고려조차 사치일 수 있다. 여당에 과반의석을 몰아준 4ㆍ9총선의 민의와 날로 심각성을 더하는 민생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국민의 인내가 한계로 치닫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정치가 모양새에 신경을 쓸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무모한 줄다리기만 거듭하다가는 다수의 횡포에 대한 우려 대신 소수의 생떼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 있고, 벌써 그런 조짐이 뚜렷하다. 원 구성 협상의 실질적 쟁점인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합의한 만큼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은 국회 정상화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법안 내용에서 이미 여당의 적지 않은 양보도 얻어냈으니 제1야당의 본분도 할 만큼 했다. 상황이 결코 유리할 게 없음을 민주당이 자각해야만 길고 긴 국회 공백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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