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이 연일 낭보를 전해오고 있다. 역도의 장미란과 배드민턴 혼합복식의 금메달은 더위를 식혀주는 청량제였다. 특히 동메달을 목표로 출전한 한국야구는 아이스크림 속 초콜릿처럼 달콤했다. 당초 한국의 목표는 4승이었는데 2경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벌써 5승을 거뒀다.
한국야구의 선전 원동력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치밀한 전략과 전술, 반드시 메달을 따서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선수들의 의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물심양면 지원 등이 잘 어우러져 기대 이상의 성적을 만들었다.
세상살이가 늘 그렇듯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이다. 한국이 대나무를 쪼갤 듯한 기세로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대만을 물리치는 동안 '스물한 살 마무리' 한기주(KIA)는 고개를 떨궈야 했다.
한기주는 13일 미국전에서 3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한 데 이어 16일 일본전에서도 3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또 18일 대만전에서도 한기주는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브라운관을 통해 비쳐진 한기주의 모습은 너무 안쓰러웠다. 한기주의 얼굴이 수 차례 클로즈업 됐는데 '나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듯한 자책감이 역력했다. 경기 후에도 한기주는 기뻐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올림픽 같은 큰 경기에서 꼭 이겨야 한다는 중압감은 선수 본인이 아니면 아무도 모른다. 더구나 한기주는 이제 갓 스물한 살의 젊은, 아니 어린 청년이다. 지금 한기주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닌 격려다. 한기주는 앞으로 10년 이상 한국야구를 이끌어나갈 재목이다.
더불어 야구선배로서 한기주에게 한마디 조언을 하고 싶다. 자신감은 좋다. 투수의 생명은 자신감이다. 하지만 자신감은 무모함과는 분명히 다르다. 한기주의 155㎞짜리 직구를 살리려면 볼이 되더라도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야 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한가지만 먹으면 금세 질리듯, 아무리 좋은 공이라도 한가지만 고집하다 보면 상대에게 수가 읽히고 만다. '스물한 살 마무리' 한기주의 분발을 기대한다.
전 KIAㆍ삼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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