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국제유가에 '감산' 변수가 등장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다음달 9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회의를 통해 감산을 논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WSJ는 이란의 OPEC 대표인 모하마드 알리 카티비의 말을 인용, "하루 100만배럴의 초과 공급이 발생하는 만큼 OPEC가 현 생산 수준을 유지하거나 생산을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OPEC는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증산에 힘입어 현재 하루 평균 3,260만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이 같은 증산은 세계적 수요감소와 달러화 강세전환 등과 맞물리면서 국제유가를 떨어뜨렸으며, 유가는 지난 주말 배럴당 113.77달러(서부택사스중질유 기준)까지 하락한 상태다.
산유국들이 석유생산량을 줄일 경우, 국제유가 하락세엔 악재로 작용할 전망. 하지만 전문가들은 OPEC의 감산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고 있다.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유가가 지금 속도로 한 달 정도 더 떨어져서 100달러대가 무너지면 OPEC에서 감산에 들어갈 것"이라며 "그러나 섣부르게 다음달 초에 감산을 결정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감산이 유가를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오히려 수요감소를 더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OPEC은 1970년대 2차 오일 쇼크때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감산을 결정했다가, 석유수요가 줄고 석탄 등 대체에너지 개발이 늘면서 80년대엔 '생수값만도 못한 기름값' 시대를 맞게 됐다.
OPEC 내부의견도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리비아 등 강경파는 감산을 주장하지만 정작 키를 쥔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에 미온적이다. 구 팀장은 "증산과 감산은 결국 하루 100만배럴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고 있는 사우디의 결정에 달렸다"며 "섣부른 감산으로 선진국 수요가 떨어지면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 사우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도 "현재 유가는 지난해 평균 유가(68.43달러)에 비하면 여전히 58%나 상승한 수준"이라며 "최근 가격이 좀 떨어졌다고 해서 감산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만에 하나 OPEC이 감산을 결정하면 유가는 바로 상승세로 돌아서게 된다. 감산 자체의 심리적 충격이 워낙 커 사우디가 하루 평균 50만배럴만 생산량을 줄여도 유가는 다시 뛰어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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