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이곳에서 농성할 거예요. 신도들에게 피해주지 말고 딴 곳으로 옮기세요."
16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경내. 대웅전 뒷편 10㎡ 남짓한 천막 앞에서 한 70대 할머니가 천막 안의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수뇌부 8명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신도들의 나가달라는 요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닌 듯, 김동규(35) 대책회의 조직팀장 등은 묵묵부답하며 애써 외면했다.
지난달 5일 촛불집회 주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 조계사로 피신한 대책회의 지도부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나가달라'는 신도들의 항의가 부쩍 늘어난데다가, 마산 초등학생 대통령 비방 사건(한국일보 8월6일자 8면) 이후 격려하러 찾아오는 일반 시민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하루 100여명의 시민이 찾아와 '힘내라' 격려하고 일부는 성금도 냈으나, 8월 중순 이후에는 평균 방문객이 20명을 밑돈다. 그나마 친인척과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촛불집회 열기가 갈수록 낮아지는 것은 이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촛불을 다시 살리겠다'며 공을 들인 지난 15일 100차 촛불집회 참가자가 6,000명(경찰 추산)에 그친 것은 지도부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각각 10만명과 5만명이 참가한 6월10일과 7월5일 촛불집회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였기 때문이다.
100차 촛불집회 실패에 따른 위기 의식 때문일까. 휴일인데도 이날 오후 수배자 8명 등 대책회의 수뇌부가 농성장 인근 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4층에서 '촛불의 진로'를 둘러싸고 회의를 열었다.
2시간 가량 흐른 뒤 나온 대책회의 결론은 '여전히 우리가 옳다' 였다. 김동규 팀장은 "(집회 참가자가 적었던 것은) 휴가철인데다가 지도부가 갇혀 있어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국민 지지는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또 "촛불집회 의미를 단순히 참가자 숫자로 평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6,000명은 경찰 추산이고, 실제로는 1만명이 넘었다"는 주장까지 폈다. 빈발하는 신도들의 항의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계사 외곽을 포위한 경찰은 '머지 않아 손들고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수배자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 서울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시민에게 외면당한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며 "제 발로 걸어 나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러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쳐가며 버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