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는 <깜짝 '金'스매싱> 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정말로 국민들은 깜짝 놀랐고, 마지막 순간의 스매싱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남녀혼합복식, 2세트 20대 17의 스코어에서 이용대 선수가 위로 솟구쳐 젖 먹던 힘까지 다해 후려치던 모습이 생생하다. 공이 라켓을 떠나는 순간속도는 시속 300㎞쯤 된다고 한다. 사격의 총알이 600~700㎞, 양궁 화살이나 골프 공이나 테니스 공이 220~250㎞인 것을 감안하면 놀랍다. 그런데도 수십번씩 받아치고 되넘길 수 있다니…, 배트민턴 공, 즉 셔틀콕(shuttlecock)의 비밀이다. 깜짝>
■'셔틀처럼 왔다갔다하는 닭 머리' 정도의 뜻이겠다. 반구(半球)의 코르크를 부드러운 염소 가죽으로 싸고 닭이나 새의 털을 꽂았다. 라켓이 없던 시절엔 손바닥이나 빨래방망이로 쳤다. 치는 기분이야 좋지만 조그만 공이 멀리 달아나서는 곤란했다. 힘껏 치되 멀리 가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궁리했고, 공기저항을 이용했다. 전투기가 항공모함에 착륙할 때 펼치는 낙하산의 원리다. 배드민턴 경기장의 길이는 한 쪽 코트가 6.7m. 서비스라인에서 수평으로 시속 300㎞로 쳐도 10m 이상 날아가지 않는다. 16개의 깃털이 오므라지고 펴지면서 기류를 조절한다.
■공기를 잘 품으려면 부드럽고 촘촘해야 한다. 닭털이 오리털로, 다시 거위털로, 그것도 죽은 것이 아니라 산 것에서 뽑아내는 이유다. 한 마리의 거위에서 양질의 깃털을 4~5개만 얻는다니 공 하나에 3마리의 거위가 날아다니는 셈이다. 무게 5g, 길이 7㎝의 셔틀콕은 경기장의 에어컨 위치에도 영향을 받을 만큼 공기흐름에 민감하다. 선수들은 오른쪽 날개 털이냐 왼쪽 날개 털이냐에도 신경을 쓴다. 라켓을 떠나는 순간 회전의 방향과 각도가 달라지고 낙하의 거리와 속도가 바뀌기 때문이다. 왼손 오른손 어느 손으로 치느냐에 따라 변화함은 물론이다.
■은메달에 그친 인도네시아 팀은 세계랭킹 1위다. 말레이시아도 강국이다. 동남아 국가들이 유난히 강한 것은 오랜 세월 영국의 영향권에 있었기 때문이다. 1820년대 인도를 지배하던 영국 군인들이 뭄바이 지역의 민속놀이를 본국으로 배워갔고, 닭털 대신 거위털을, 빨래방망이 대신 라켓을 만들어 '배드민턴(Badminton)'이라는 지역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우리는 해방 후 생활체육 정도로 유행하다 1981년 황선애 선수가 일본과 영국의 세계 오픈선수권 개인단식에서 연거푸 우승하면서 국가적 종목이 됐다. 강하지만 섬세한 셔틀콕이 우리 체질에 잘 맞나 보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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