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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네 번째 단편 '사생첩의 신화'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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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네 번째 단편 '사생첩의 신화' 햇빛

입력
2008.08.19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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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1912~1995)의 네 번째 단편소설이 발굴됐다. 문예 계간지 <미네르바> 2008년 가을호는 고서 수집가 문승묵(52)씨가 발굴한 백석의 단편 ‘사생첩의 신화’( <사진순보> 1942년 2월1일자 수록)의 영인본을 소개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백석 소설은 193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그 모(母)와 아들’, 일본 유학(1930~34)을 다녀와 35년 발표한 ‘마을의 유화(遺話)’ ‘닭을 채인 이야기’ 등 단편 3편이 전부다.

국배판(210㎜×297㎜) 잡지 2개 면에 걸쳐 게재된 백석의 단편은 주인공 ‘나’가 평양에 사는 젊은 화가 친구의 그림첩을 보면서 그 중 두 점의 제작 뒷얘기를 듣는 내용이다. 하나는 “큼직하고 하이얀 새에게서 방금 내 앞에 새빨간 피가 풍풍 쏟아지는 것처럼 너무도 진실에 방불한 피가 흘러내리는 그림”으로, 종족을 지키려 살기(살쾡이)에게 덤빈 게우(거위)의 죽음에 감동한 화가가 그 시체를 방으로 가져와 사생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당나귀 한 마리가 웃고 섰는 앞에 오리와 붕어가 눕고 앉고 한 것”을 표현한 그림으로, 화가는 자연을 벗 삼아 선하게 살아 ‘당나귀’라고 불렸던 주막 주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렸다고 설명한다.

김재용 원광대 교수는 “지금까지 확인된 백석의 해방 이전 마지막 작품은 1941년 4월쯤 쓴 것인데, 이 소설은 발표 시기로 봐서 그보다 더 나중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일제 말기로 갈수록 백석의 생애나 작품은 전시 체제에 소극 저항하는 모습을 띠는데, 이 작품 역시 삵에 맞서는 거위나 세상사에 초연한 주막 주인 등 상징적 존재들이 등장한다”고 분석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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