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했다. 새 아파트단지의 독점슈퍼로 무슨 아이스크림을 사러갔다가 기절할 뻔했다. 며칠 사이에 값이 올랐다는데, 그래도 그렇지 전에 살던 아파트단지 기역슈퍼보다 2,000원이 더 비쌌다. 사실 기역슈퍼도 모 대형 할인마트보다 2,000원이 더 비쌌다. 거의 모든 품목에서 그런 현격한 가격 차이가 있었다. 불구하고 할인마트보다 기역슈퍼를 주로 이용한 것은 인지상정과 게으름 때문이었다. 코앞에 두고 매번 멀리 다녀올 수는 없잖은가.
또 할인마트는 대기업 같고 구멍가게는 중소기업 같아서, 구멍가게 살리는 것은 중소기업 살리는 것과 같다는 어줍지 않은 서민경제관으로 약간의 손해를 감수했다. 하지만 이사 와서는 인지상정도 없고 가격이 기함하게 높으니, 독점슈퍼를 이용할 마음이 전혀 안 생긴다.
구멍가게가 살기 전에, 내 가정경제가 살아야 하니까. 아내, 멀리 할인마트에 다녀와서 파김치가 되었다. (기름값과 운전 스트레스를 감안하면 그게 그건가?) 그러나 역시, 코앞에 두고 매번 멀리 다녀올 수는 없잖은가. 할인마트와 구멍가게 가격은 왜 그토록 차이가 나는 걸까. 구멍가게가 죽으면 결국 할인마트 가격이 올라가고 소비자의 불편은 매우 심각해질 거라는 구멍가게 편드는 생각을 하면서도, 비싸긴 비싸지 않은가,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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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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