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 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서 감상하시길.
이 작품에 대한 리뷰는 이 한 줄로 충분하다. 더 이상의 분석이나 예고는 무의미하다. 롤링 스톤즈, 그 살아 있는 전설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영화는 음악으로 증명한다.
작위가 느껴지는 연출이나 영화적 요소는 거의 없다. 스크린을 채우는 것은 오로지 롤링 스톤즈의 록큰롤이다. 그래서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마틴 스콜세지라는 거장은 이 영화로 무엇을 얘기하려 했던 것일까.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은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올해 초 이 영화가 베를린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을 때도 찬사보다는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촘촘한 카메라워크는 명불허전 밴드의 무지막지한 매력에 흠뻑 젖게 만들지만, 공연실황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와 이 영화의 차이점은 계속 의문으로 남는다. 그래서일까. 시사회 도중에 자리를 뜬 기자의 수가 비교적 많았다.
믹 재거, 키스 리처드, 로니 우드, 찰리 와츠로. 스콜세지의 카메라는 이들의 얼굴을 자주 클로즈업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흑백의 옛 인터뷰 필름들을 삽입한다.
믹은 매끈한 피부로 "2년이나 밴드 활동을 하게 될지 누가 알았겠어요? 앞으로 1년 정도는 더 할 수 있겠죠"라고 말한다. 이어지는 다음 컷, 40여년이 흐른 뒤의 믹은 여전히 왼팔을 치켜든 채 격렬히 허리를 돌리며 록 사운드를 뿜어낸다.
키스의 표정엔 퇴기(退妓)의 수십년 묵은 농염함이 배어 있다. 신기가 느껴지는 이 뮤지션의 몸짓은 인간이 기타로 표현할 수 있는 극점을 보여준다.
수십년째 과묵한 찰리(드럼)와 드러나지 않는 카리스마를 지닌 로니(기타). 이들의 주름진 얼굴은 인간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스콜세지는 어쩌면 그것에 자신의 색을 입히지 않는 무위(無爲)의 연출을 택한 것은 아닐까.
메이킹 필름의 토막 같은 앞뒤 몇 분을 제외하면 영화는 고스란히 2006년 뉴욕 비콘극장에서 열렸던 공연 실황이다. 롤링 스톤즈의 팬이라면 역사적 콘서트의 감격을 7,000원에 만끽할 수 있는 기회다.
상영관을 콘서트장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다시 말하지만 음향 시설이 좋은 곳에서 관람해야 한다. 키스의 솔로 기타 반주에 맞춰 믹이 'As tears go by'를 부르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픈 욕망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28일 개봉. 전체관람가.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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