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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샤라프 사임…9년 철권통치 막내려/ 탄핵압력·민심이반에 마침내 '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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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샤라프 사임…9년 철권통치 막내려/ 탄핵압력·민심이반에 마침내 '백기'

입력
2008.08.19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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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의 사퇴 발표는 파키스탄인민당(PPP) 등 집권 연정의 거듭된 사퇴 요구와 민심의 완전한 이반, 그리고 자신의 지지 세력이던 미국의 중립 입장 표명으로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집권 연정을 이끌고 있는 PPP는 이달 초 "무샤라프 대통령이 18일까지 사퇴 하지 않으면 탄핵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며 최후통첩을 발표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헌정 질서를 문란케 하고 국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 이유였다.

PPP는 지난해 12월 폭탄 테러로 사망한 베나지르 부토 여사의 남편 아시프 자르다리가 의장으로 있다. PPP는 최후통첩 시한을 이틀 앞둔 16일 연정 파트너인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와 공동으로 탄핵안 초안을 공개하는 등 파상 공세를 펼쳐왔다.

민심의 이반도 무샤라프 대통령이 다른 카드를 쓸 수 없게 했다. 지난해 무샤라프 대통령은 국민의 신망을 받아온 이프티카르 무하마드 초드리 대법원장의 권한을 정지하고 판사 60여명을 해임, 법조계의 격렬한 반발과 반(反) 정부 시위를 자초했다.

초드리 대법원장은 인권 문제와 정부의 권력 남용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무샤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2월 총선에서 무샤라프 대통령이 이끄는 파키스탄무슬림리그-Q(PML-Q)가 소수당으로 전락한 것은 민심이 무샤라프 정권에 등을 돌렸음을 보여준다.

오랜 지지 세력이던 미국이 최근 중립 입장으로 돌아선 것도 무샤라프 대통령의 사퇴 결심을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무샤라프 대통령의 사퇴 발표 하루 전인 17일 "파키스탄 문제는 파키스탄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며 "무샤라프 대통령에 대해 미국 망명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의 잔여 임기인 2012년 11월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할 후임으로는 PML-N을 이끌고 있는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거론되고 있다. 집권 연정에 참여한데다 총리로서 정부를 이끌어본 경험이 있다는 점이 주요 이유다. 샤리프 총리는 1999년 총리 재임 당시 무샤라프 당시 군 최고사령관의 쿠데타로 총리 직에서 물러났다. 오랫동안 PPP를 지켜온 마크둠 아민 파힘도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알 카에다 등 이슬람 테러 조직 소탕에서 무샤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미국은 외교 정책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무샤라프 대통령의 양해와 지원으로 파키스탄에 군사 기지를 마련하고 파키스탄 국경을 근거지로 암약하는 테러 조직 소탕 작전을 전개해왔다. 이를 위해 부시 대통령은 의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샤라프 정권에 천문학적인 군사, 경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은 독자 노선을 표명하고 있는 파키스탄 정권 실세와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한편 고든 존드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부시 대통령이 무샤라프 대통령의 사임 이후에도 파키스탄과 대테러와 다른 문제들에 대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무샤라프 대통령이 알 카에다와 극단주의 집단과의 싸움과 파키스탄의 민주화에서 보여준 헌신적인 노력에 감사를 표명했다.

이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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