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간사이(關西) 지역에는 미쓰이(三井)물산이 운영하는 은회색 5층 아파트가 있다. 월 임대료가 18만5,000원에 불과하고 카페, 공중 목욕탕 등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인기가 높다. 미쓰이는 1990년대 중반 경영난으로 기숙사를 없앴다가 2005년부터 다시 기숙사를 건립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숙사 8곳을 운영하느라 연 70억원이 들지만 생산성이 높아져 기숙사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식 고용 문화를 상징하던 기숙사가 부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일본 대기업들이 90년대 앞 다퉈 미국식 경영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사라지다시피 했던 기숙사가 직원들의 팀워크를 증진하고 생산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다시 각광 받고 있는 것이다.
일본 노동연구원이 최근 대기업 233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25%가 기숙사를 늘리거나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JFE스틸은 최근 900억원 정도를 들여 기숙사 3개동을 신축한데 이어 수년 안에 2개동을 더 짓기로 했다. 스미토모(住友)상사는 먼 곳에 사는 직원에게만 기숙사에 입주 자격을 주었으나 최근 그런 제한을 없앴다.
기숙사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은 일본 기업이 기숙사 문화의 장점을 다시 인식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 대기업이 90년대 중반 이후 불황을 겪으면서 개인 능력 평가에 기초한 미국식 경영 시스템을 도입했고 그 과정에서 일본식 고용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진 기숙사가 잇따라 폐쇄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기숙사 건립붐이 이는 것은 일본 기업이 일본식 기업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다시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미쓰이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기숙사 입주 직원의 팀워크가 증진되고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다"며 "부서이기주의가 줄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진 것도 소득"이라고 밝혔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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