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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야 사태, 푸틴·사르코지 힘·외교력 과시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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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야 사태, 푸틴·사르코지 힘·외교력 과시 '웃고'

입력
2008.08.1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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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 패자는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

영국 BBC는 러시아의 전쟁 종료 선언으로 일단락된 그루지야 분쟁의 승자와 패자를 이렇게 나눴다.

우선 최대 승자는 남오세티아에서 영향력을 확고히 한 러시아라고 이 방송은 결론지었다. BBC는 또 이번 분쟁을 계기로 러시아가 앞으로도 남오세티아 주둔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역 실세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마련한 중재안에는 그루지야를 전쟁 이전 상태로 회복시킨다고 명기돼 있기 때문에 러시아는 남오세티아의 병력을 원래 수준으로 축소해야 한다. 하지만 터키가 1974년 터키계 주민 보호를 이유로 키프로스에 군대를 파견한 후 지금까지 주둔시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런 식의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

푸틴 총리 역시 분쟁을 계기로 자신이 러시아 최고 실력자라는 점을 확인시켰다. 북오세티아를 방문해 부상자를 위로하고, 미국과 서유럽을 상대로 "그루지야가 남오세티아에서 학살한 것에는 왜 무관심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인 러시아 지도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아니라 푸틴 총리였다.

독일과 프랑스도 그간 그루지야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에 반대하면서 받아온 비판과 부담을 어느 정도 덜게 됐다는 점에서 승자의 말석에 자리 잡았다. 두 나라는 국제 사회에서 러시아의 눈치를 보느라 그루지야의 NATO 가입에 반대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만약 그루지야가 회원국으로 가입했다면 NATO는 부득이 이번 분쟁에 개입, 막대한 비용과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다.

남오세티아의 분리독립주의자도 자신들의 목표인 독립의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다는 점에서 승자의 반열에 올랐다.

반면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당초 목표였던 남오세티아 지배권을 확보하기는커녕 정권 유지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정치적 수사에 현혹돼 국제 정치의 냉정한 현실에 눈감은 것은 그의 실책이자 오판으로 지적된다. 미국과 서유럽도 러시아의 그루지야 분쟁 개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패자 명단에 올려졌다. 물론 가장 큰 피해자는 이번 분쟁에서 목숨을 잃은 남오세티아 주민 등 희생자들이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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